왜 25m 높이서 취약화 작업했나… 울산화력 붕괴 본격수사
파이낸셜뉴스
2025.11.16 18:06
수정 : 2025.11.16 18:06기사원문
현장매몰자 7명 전원 사망 비극
경찰, 사고원인·책임자 등 수사
무리한 취약화 작업탓 붕괴 의심
HJ중공업·코리아카코 소환예정
동서발전도 중대재해법 위반 조사
소방·구조대원은 후유증에 시름
16일 관계기관들에 따르면 경찰 수사는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공사인 HJ중공업과 발파해체를 맡은 하도급 업체 코리아카코,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당시 작업자들이 왜 25m 높이 상층부에서 취약화 작업을 했는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 1m와 12m에서만 취약화 작업을 했어도 충분히 발파 해체가 가능했음이 추가 6호기 발파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HJ중공업이 작성한 '울산 기력 4·5·6호기 해체공사 안전관리계획서'에 취약화 작업은 철골 기둥 상하부 구간 2곳에서 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노후한 철재 타워 기둥의 취약화 자체로 이미 불안정한 상황인데,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서 또다시 구조적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현장 작업을 맡았던 코리아카코 측은 자신들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사 발주처의 책임도 언급해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동서발전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동서발전이 안전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실질적으로 안전관리 감독을 했는지 등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2시2분께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울산화력발전)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 작업자 9명 중 7명은 준공 후 44년이나 된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 규모의 보일러 타워 5호기를 해체하기 위해 상층부 25m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대형 구조물 철거 때 목표한 방향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것)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타워가 옆으로 기울면서 이들 7명은 지상으로 추락했고 거대한 철 구조물에 그대로 깔리면서 매몰됐다. 다행히 타워 아래 있던 2명은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사투를 건 구조활동에도 불구하고 매몰자 전원이 사망한 것은 붕괴 현장 전체가 H빔과 크고 작은 철근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접근이 매우 어려웠고 추가 붕괴 위험까지 겹쳤기 때문이었다.
첫날 철 구조물에 팔이 낀 채 사고 발생 1시간10여분 만에 발견된 김모씨(44)가 54시간이라는 긴 구조 과정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숨진 것은 현장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당시 사력을 다해 구조에 나섰던 소방·구조대원들도 눈앞에서 숨진 김씨의 모습에 충격이 컸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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