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 가는 게 애국심".. 中여행자제령에 日여행 취소 잇따라
파이낸셜뉴스
2025.11.18 12:50
수정 : 2025.11.18 13:53기사원문
中여행자제령에 日여행 취소 잇따라..SNS서 갑론을박도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한 가운데 중국 여행객들의 일본 여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중국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령'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위치한 중국인 개인·단체 여행 전문 업체 'RCC'는 전날 여행 예약 취소 연락이 이어지면서 버스, 숙박, 음식점, 가이드 일정 등을 조율하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개인 고객 중에서도 예약 취소가 나오고 있다. RCC 관계자는 "여행객은 여러 여행지를 비교한 뒤 일본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취소하고 동남아시아 등 다른 곳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중국 3대 항공사가 일본행 항공권을 무료로 취소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여행객들의 취소 결정을 부추겼다.
중국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 요청은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급증하며 일본 여행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올들어 매달 2000~3000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800명보다 2~4배 증가한 규모다.
RCC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는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없을 것 같다"며 "여행 취소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지도 알 수 없어 매우 곤란하다"고 말했다.
오사카 내 중국인 대상 여행사도 투어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오사카의 한 여행사의 경우 중국 여행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오사카·교토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짜고 차량을 준비하는데 '다른 나라로 여행지를 변경하겠다'는 연락이 잇따르며 12월 말까지 중국인 대상 투어 일정이 백지화됐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관계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어떻게 든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사카 내 다른 여행사도 “연말까지 투어에 취소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불안해 했다. 실제 취소 연락은 아직 없지만 "향후 양국 정부 대응에 따라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에 위치한 한 중국 여행사는 전날 이달 중 예정된 일본행 투어를 전부 취소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12월 이후 투어를 재개할지는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중에 잡힌 일본 투어를 취소한 베이징의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일본에 가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쿄에서는 평소처럼 관광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관찰됐다.
도쿄도 주오구 츠키지 시장을 관광하던 20대 중국인 여성은 일본 여행 자제 요청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5일 입국했다. 그는 호텔 예약 등 여행 계획은 3개월 전부터 세웠다며 “정부 요청은 있었지만 직전 취소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긴자를 산책하던 중국인 20대 남성은 전날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고 도쿄와 오사카를 관광할 예정이다. 그는 "국가 간 문제이므로, 개인 여행으로 가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일본은 치안도 좋아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SNS상에서는 여행 자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서는 “일본에 가지 않는 것도 작은 애국심을 보여주는 행위다” “일본 비자는 나왔지만, 이번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며 일본 여행을 포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여행 자제를 촉구한) 외교부는 외교부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일본에 가는 것은 자유라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며 정치와 분리해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코 토모코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현 시점에서 일본 여행 자제는 '호소'에 불과하며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중국 정부 대응에 따라 여행사에 압력을 가해 투어를 취소시키거나 일본행 항공편을 감편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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