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3분의 1만 걷혔다… 공정위 제재 실효성 ‘위기’
파이낸셜뉴스
2025.11.19 17:32
수정 : 2025.11.19 18: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징수 실적이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업의 저승사자’라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임의체납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과징금·가산금의 수납률은 급격히 떨어져 제도의 실효성 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국회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공정위 과징금 징수 결정액은 8073억원으로, 실제 징수된 금액은 2963억원(34.3%)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납기 기한이 남아 있는 ‘납기미도래'와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징수유예' 건이 포함돼 수납률이 낮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납기 미도래나 징수유예액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실질 수납률은 78.6%"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납기미도래액이 가장 많았던 2021년에도 수납률이 59.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납기 요인만으로 최근의 하락을 설명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징수유예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공정위가 실제 징수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임의체납액 증가세도 뚜렷하다. 2021년 436억원이던 임의체납액은 2022년 647억원, 2023년 780억원, 2024년 78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임의체납액은 정당한 사유 없이 납부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과징금 미납 기업에 부과하는 가산금의 수납률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8월까지 가산금 징수 결정액은 99억8700만원이었지만 실제 징수된 금액은 3400만원으로, 수납률은 0.3%에 그쳤다. 공정위는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으로 수납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가산금 수납률 또한 2.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과징금이 제재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부과의 적정성’과 ‘징수의 신뢰도’가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과징금 환급 비율은 2020~2021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2022년 18%, 2023년 12%, 2024년에는 43%까지 상승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과징금 부과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하면 소송을 걸고, 최근 환급 사례가 늘면서 더 소극적으로 납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송을 하면 결국 돌려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집행 강화 등 적극적인 징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과징금 징수 전체 823건 가운데 징수조사와 압류는 38건에 그쳤다. 한 학계 전문가는 “징수 집행력이 약하면 기업들은 ‘시간만 벌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받을 수 있다”며 “강제집행 강화 등 징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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