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한미 관세합의 끝난 게 아냐… 국회 비준 꼭 거쳐야"
파이낸셜뉴스
2025.11.18 18:16
수정 : 2025.11.19 18:05기사원문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대담
'APEC 평가와 韓美 관세합의 전망'
천년고도 문화유산·주변 산업도시
경주APEC 성공적인 개최 밑거름
다자협력위해 김정은 초청에 반대
경주APEC 계기로 한미 관세합의
팩트시트 발표에도 명확하지 않아
국회비준 받으면 후속협상서 유리
李대통령-다카이치 日총리 첫 만남
진보정권서 한일관계 개선은 환영
李대통령-다카이치 日총리 첫 만남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분위기 조성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진보정권서 한일관계 개선은 환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이 방한해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다졌고,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에 알려졌다.
APEC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이는 경주 지역구를 둔 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과 대담을 갖고 APEC 준비 과정과 성과를 설명했다.
우선 대도시인 인천과 제주를 밀어내고 경주가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신라 천년고도의 풍부한 문화유산, 또 포항과 울산 등 주변도시에 철강·조선·자동차 기업들이 즐비하다는 장점이 뚜렷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각국 대표단이 입을 모아 경주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APEC 성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하고 '경주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공적 개최 사실 자체라고 짚었다.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한 관세합의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핵추진잠수함 건조 장소, 원자력협정 개정 기한과 내용 등 불명확한 대목이 많아 이재명 정부가 아직은 신중을 기할 때라고 제언했다. 관세합의 후속협상을 원만히 마치고 이행되기 위해 국민과 야당에 상세한 설명을 내놓고, 국회 비준동의 등 절차도 꼼꼼히 밟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APEC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처음 만나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 데 대해서는 호평했다. 특히 보수정권은 일본 측과 거리를 좁히면 국내 반일정서를 일으키기 쉽다는 점에서, 진보정권이 한일관계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대표적인 예로 들면서다.
―인구 24만명으로 크지 않은 도시인 경주가 인천과 제주 같은 대도시와 경합해 어떻게 APEC 개최지로 선정됐나.
▲인천과 제주는 인프라를 굉장히 강조했다. 회담장과 호텔이 많고 국제공항이 위치한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의 천년고도는 새로 만들 수 없는 것이지 않나. 경주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고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세계인들에게 이런 것을 보여줘야 대한민국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산업이다. 인근도시인 포항에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가 있고, 울산에는 현대자동차와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 싶어 했던 HD현대중공업이 있다. 구미에는 전자산업단지가 있다.
―APEC 회원국 정상들의 경호 우려가 있었다.
▲20년 전인 2005년에 부산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렸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경주 보문단지에서 한미회담을 가졌다. 그때 제가 경북 경찰청장을 지내면서 한미 정상 경호 문제를 담당했었다. 보문단지는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안전유지를 하기에 완벽한 곳이다.
―한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김 위원장을 초청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회원국 중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나라들도 있어서 무턱대고 부를 수 없었고, 초청했다가 거부당할 위험도 있었다. 실제로 온다고 해도 평양에서 경주까지 오는 방법이 육로뿐이라 이동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주 APEC 정상회의의 본질인 다자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제가 강하게 반대 이야기를 했다.
―각국 대표단들은 경주를 어떻게 봤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경주로 넘어오자마자 CEO 서밋 연설에서 '뷰티풀 시티(beautiful city)'라며 경주 칭찬을 했다. 헬기를 타고 오면서 상공에서 본 경주가 아름다웠다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시 주석도 경주가 '유서 깊은 문화·역사도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아름답고 놀랍다고 이야기했다. 한미·한일회담 이후 만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 외무상과 만찬을 같이했는데 경주에 가족들과 한 번 와야겠다고 이야기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받은 금관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실으라고 지시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APEC 계기 한미회담에서 관세합의를 타결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팩트시트가 발표됐지만 명확하게 마무리된 게 없다. 핵추진잠수함만 봐도 대통령실은 국내에서 건조하기로 했다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 건조 이야기가 팩트시트에 정리가 안됐다. 우라늄 농축이라든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도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한데, 언제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고 지지한다며 추후 논의한다는 내용이다. 외교협상은 완전히 합의가 돼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서 신중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발언으로 언급해 관심이 쏠렸었다. 특히 중국과 북한 잠수함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는 언급을 해 깜짝 놀랐는데 어떻게 보셨나.
▲그 부분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제가 볼 때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승낙을 받아내기 위해 북한과 중국을 거론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입장에서는 솔깃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합의에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가 담겼는데, 국회 비준동의 대상인지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다르다.
▲저희들(국민의힘)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으라고 하는 이유는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기 때문이다. 헌법에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정부가 국회에 구체적으로 협상안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진솔하게 설명하면 야당이라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비준동의 절차를 안 하겠다고 하면 여러 문제가 많아서 회피하려고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저는 이재명 정부가 당당하게 원칙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관세합의가 상세내용이 다듬어지기 전이라 덜컥 조약으로 비준동의 절차를 밟으면 후속협상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들은 오히려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 놓는 것이 다음 협상에 더 유리한 측면도 있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미 측이 합의내용을 바꾸려 할 때 우리는 이미 국회 동의를 받아 바꿀 수 없다는 식으로 강하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이것이 협상에 유리하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헌법을 위반하면 안 되지 않나. 그러니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와서 충분히 설명을 하고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저희들의 입장이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강성 발언을 해왔던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 한일관계가 나빠질 것으로 걱정을 했었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APEC 계기 첫 한일회담에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서로 협조적으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일치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발전할 수 있을까.
▲한일관계는 오히려 진보정부일 때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했지만 반일정서 공격이 있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진보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면 우리 야당은 반대할 리가 없으니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했지 않나.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되 우리는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를 보고 서로 협력해야 할 분야가 워낙 많으니 함께해 나가면 결국은 일본보다 우리가 훨씬 더 많은 덕을 볼 것이다.
정리=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