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만 더 받아도 세금 3배…55세 연금설계 ‘1500만원 룰’이 갈라놓는 노후
파이낸셜뉴스
2025.12.20 08:32
수정 : 2025.12.20 08:45기사원문
55~65세 10년, 연금저축·IRP·국민연금이 연결되는 골든타임
[파이낸셜뉴스] 40·50대에게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준비 통장’에 가깝다.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연말정산마다 세액공제를 받는 절세용 통장이다. 언젠가 노후에 도움이 되겠거니 하며, 먼 미래의 돈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시기를 앞둔 사람들의 불안은 작지 않다.
“지금 받아도 되나?”, “퇴직 후 5년은 어떻게 버티지?”, “국민연금 나오면 또 줄여야 하나?”
준비는 꾸준히 해왔지만, 실전 설계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55세 전후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10년이 갈라놓는다… 55세부터 65세까지 ‘설계의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55세부터 65세까지가 은퇴 설계의 핵심 구간”이라고 강조한다. 이 10년 동안 세 가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55~60세: 회사 다니면서 연금 일부 수령 가능
▶60~65세: 퇴직 후 월급 공백 → 브릿지 소득 필요
▶65세 이후: 국민연금 개시 → 사적연금 속도 재조정
이 흐름을 연결하지 못하면 '퇴직 초기 자금 부족 → 과도한 인출 → 계좌 조기 소진 → 70대 이후 생활비 급감'이라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반대로 이 10년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면 평균 수명 90세 시대에서도 연금계좌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첫 번째 기준: ‘연 1500만원’ 절대선
복잡한 규정은 많지만,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1500만원 하나다.세제혜택을 위해 연금저축·IRP는 연 1500만원’까지만 꺼내야 한다.
연 1500만원 안쪽에서는 다른 소득(월급·사업)을 합산하지 않고 연금 금액에만 5.5%(55~69세 기준) 세금이 매겨진다.
문제는 이 선을 1원만 넘어도 과세 체계가 바뀐다는 점이다.
1501만원을 수령하면 그 해 전체 연금이 16.5%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월급과 합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월 125만원(연 1500만원)과 월 126만원(연 1512만원) 사이의 세금이 연 80만원대에서 240만원대로 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55~60세 재직자라면 '연 1500만원 이하'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된다.
한편 연간 1500만1원 이상을 수령했다면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 금액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무조건 16.5% 분리과세가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65세 이후 국민연금 외 다른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금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는 종합과세를 선택하더라도, 전체 소득이 낮은 종합소득세율 구간(예: 1200만원 이하 6.6% 등)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체 소득을 반드시 따져보고, 16.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 종합과세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설계다.
사례로 보는 실제 설계: 55세 이수진씨의 10년 로드맵
55세 직장인 이수진씨(가명)는 연금저축과 IRP에 총 1억5000만원을 모았다. 60세에 퇴직하고,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예정이다. 퇴직금 1억원도 IRP로 옮길 계획이다.
그의 고민은 세가지다. 지금부터 조금 받는 게 맞나, 퇴직 후 5년은 무슨 돈으로 버티지, 국민연금 받으면 또 줄여야 하나.
▶1단계: 55~60세 — '맛보기 수령, 천천히 시작'
월급이 있는 동안 연금은 생활비 보조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월 100만원(연 1200만원) 수령을 결정했다. 이렇게 5년간 받으면 6000만원을 인출한 뒤에도 계좌는 여전히 1억원 이상 유지된다(연 3~4% 수익 가정).
▶2단계: 60~65세 — '브릿지 소득 만들기'
60세에 퇴직하면 월급이 사라진다. 이때 가장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브릿지 소득이다.
이수진씨는 퇴직금 IRP에서 월 50만원(연 600만원), 연금저축·IRP 월 125만원(연 1500만원)을 수령하기로 결정했다. 연금소득은 1500만원이므로 5.5%, 퇴직금 IRP는 퇴직소득세가 적용된다. 월 175만원 정도의 소득으로 월급 공백기인 5년을 버틸 수 있다.
▶ 3단계: 65세 이후 — 국민연금이 들어오면 속도를 줄인다
65세부터 국민연금 월 120만원이 들어오면 소득 구조가 한 번 더 바뀐다.
이때부터 사적연금은 월 125만원 → 100만원으로 감속, 필요하면 1~2년 중단 후 재개같은 조정이 가능하다. 70세 이후에는 세율이 4.4%(70대), 3.3%(80세 이상)로 떨어져, 늦출수록 더 유리하다.
'연금은 리모컨'— 매년 조정 가능
연금은 한 번 설정하면 끝이 아니다. 대부분 금융사는 연 1회 이상 수령액 변경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55세 월 100만원 → 57세 월 120만원 → 60세 퇴직 후 150만원 → 65세 이후 90만원 등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방식의 세밀한 조정이 실제 설계다.
단, 해지는 절대 금물이다.
연금계좌를 해지하면 그동안 세액공제로 쌓아온 혜택이 16.5% 기타소득세로 한 번에 빠져나간다.
전문가들은 “중단은 괜찮지만, 해지는 평생 후회할 선택”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의 절세팁은 퇴직금 IRP와 일반 연금(연금저축·IRP)을 철저히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연금으로 받을 때 연차에 따라 퇴직소득세의 30~40%를 감면받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있다. 이 혜택을 극대화하려면 일반 연금과 섞지 말고, '가장 나중에, 가장 천천히' 인출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동엽 상무는 "퇴직소득세 감면율은 10년 차까지 70% 감면, 11년 차부터는 60% 감면이 적용된다"면서 "이미 낮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이 돈의 인출 속도를 늦춰 계좌의 수명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실전적으로 연금수급조건을 갖추면 일단 연금을 개시한 다음 10년차까지는 매년 최소금액만 인출하고 11년차 이후에는 나머지 이연퇴직소득을 인출해 절세효과를 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의 성패는 “언제 받냐”가 아니라 “어떤 속도로 받느냐”에 달렸다
연금은 ‘목돈’이 아니다. 20~30년 동안 매달 꺼내 쓰는 월급의 다른 형태다.
그래서 은퇴 설계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받을까 말까'가 아니라 '언제부터, 얼마씩, 어떤 속도로 받을까'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현실적인 구조는 △55~60세: 연 1500만원 이하로 맛보기 △60~65세: 브릿지 소득 만들기 △65세 이후: 국민연금에 맞춰 다시 조정 △70세 이후: 낮아진 세율을 활용해 최적화, 이렇게 4단계 구조다.
이 10년의 설계가 이후 20~30년의 노후 생활 수준을 결정한다.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55세 이후의 연금은 ‘돈의 크기’가 아니라 ‘속도의 기술’이다. 시간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노후의 질이 달라진다.
55세 전후 ‘연말정산 전략’… 절세의 마지막 황금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55세 이후에도 세액공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많은 사람이 “연금 받으면 공제는 끝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55~59세는 세액공제를 가장 크게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대부분 근로소득이 남아 있는 구간이고, 근로소득이 있어야만 연금계좌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두고 '연금 수령과 세액공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황금 구간'이라고 부른다.
55세 이후에도 세액공제는 매우 강력하다. 연금을 받으면서도 세액공제를 받고, 이 둘을 동시에 활용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55~59세 시기의 큰 장점이다.
자녀들에게 가장 대접 받는 부모는 '연금부자'라는 말이 있다.재산이 많으면 부모가 빨리 죽어야 내 재산이 되지만 연금이 많으면 살아있는 동안 지원해주면서 사후 재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참 씁쓸한 농담이지만 현실이 담겨있다. 매달 어렵게 쪼개 넣은 연금, '더 많이 더 오래 받는 노후'를 설계할 때다.
연금의 모든 것, 핵심 Q&A
Q1. 연금저축·IRP는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
A. 만 55세 이후, 가입 5년 이상, 수령 10년 이상이 조건이다. 10년 미만으로 빨리 꺼내면 연금이 아니라 기타소득세 16.5%가 붙는다.
Q2. 왜 ‘연 1500만원’이 그렇게 중요한가?
A. 연 1500만원(월 125만원) 이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5.5% 분리과세로 끝난다. 1원만 넘어도 그 해 전체 연금이 16.5% 또는 종합과세가 적용된다.
Q3. IRP·연금저축 각각 1500만원인가, 합산인가?
A. 합산 기준 1500만원이다. 다만 IRP에 들어 있는 퇴직금 원천분은 제외된다.
Q4. 국민연금이 시작되면 사적연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보통 사적연금 속도를 줄인다. 국민연금이 기본 생활비를 채워주기 때문에 사적연금은 월 80만~120만원 수준으로 다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Q5. 연금 수령액은 매년 바꿀 수 있나?
A. 대부분 금융사에서 연 1회 이상 조정 가능하다. 55세 월 100만원 → 60세 150만원 → 65세 90만원처럼 상황에 따라 바꾸면 된다. 단, 해지는 세액공제 받은 원금·수익 전체에 16.5%가 붙는다.
Q6.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투자수익이 나나?
A. 난다. 인출하지 않은 잔액은 계속 투자돼 과세이연 + 복리효과가 유지된다.
Q7. 70세 이후 수령이 왜 유리한가?
A. 연금소득세율이 나이에 따라 내려가기 때문이다. 55~69세 5.5% → 70~79세 4.4% → 80세 이상 3.3%. 가능하다면 일부 수령 시점을 늦추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은퇴=퇴장'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X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은퇴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담은 [은퇴자 X의 설계] 가 매주 토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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