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트럼프에 뿔난 G20 정상들, 만나자 마자 '공동 선언'

파이낸셜뉴스       2025.11.23 16:05   수정 : 2025.11.23 16:05기사원문
G20 정상들, 22일 정상회의 개막과 함께 '정상 선언' 합의 회의 마칠 때 내는 관례 깨고 회의 시작과 동시에 '한 목소리' G20 회의 보이콧한 트럼프, 美 빠진 정상 선언 인정 못한다고 위협 남아공, 트럼프 압박에 즉시 정상 선언으로 맞대응 내년에 의장국 맡는 美 불참으로 의장국 이양식 불발 전망



[파이낸셜뉴스] 1999년 출범 이후 최초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행사 첫날 공동 선언이 나왔다. 이는 열강들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단합을 과시하려는 조치로 추정된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올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22일(현지시간) 'G20 남아공 정상 선언'을 공개했다.

30쪽 분량의 선언문은 122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 미국 의장국 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한국이 2028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공표했다.

아울러 정상들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외에도 재생 에너지 확대, 개발도상국의 막대한 부채 상환 부담 등을 언급했다.

남아공의 빈센트 마궤니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 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출범한 G20은 19개 국가와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을 포함해 21개 독립 주체들이 참여한다. 19개 독립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현지 유럽계 백인 주민들을 차별한다며 지속적으로 남아공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G20이 남아공에에서 개최되는 것은 완전히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불참을 예고했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불참했으며 대신 정부 대표단을 보냈다.

남아공이 일반적으로 회의 폐막식에 발표하는 정상 선언을 회의 첫날에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 트럼프 정부를 의식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회의에 앞서 남아공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G20)정상선언에 반대한다"면서 남아공 정부에 G20 의장 성명만 인정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라마포사는 "겁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으며 회의 첫날에 정상 선언을 채택했다.

한편 남아공은 23일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의장직 이양식을 열지 않을 예정이다. 2026년 G20 의장국을 맡는 미국은 관례상 이번 회의에 각료급 인사를 보내야 했으나, 대신 남아공 주재 미국 대사 대리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22일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미국 대사 대리에게 의장국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G20 회원국으로 여전히 적절한 수준의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가원수, 장관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가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 청사에서 동급 대표 간에 (의장국) 인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핀 피리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 AP통신에 "대통령이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의장)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임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며 "일요일(23일) 이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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