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업 독자생존이냐, 통합이냐'...삼성전자, 빛 바랜 20년 연속 세계 TV시장 1등 지위
파이낸셜뉴스
2025.11.24 15:12
수정 : 2025.11.24 1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글로벌 TV시장 20년 연속 1등 타이틀 확보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TV 사업부 개편을 둘러싼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0년간 삼성와 LG가 견인해 온 세계 TV 시장은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LG전자는 최근 TV사업부(MS 사업부)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삼성전자의 VD사업부 역시,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체제다.
■글로벌 TV 출하량 5000만대선 첫 붕괴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앞서 3·4분기 실적 발표 때 글로벌 TV 시장 정체 영향으로 올해 TV 사업이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어든 4975만대 수준이다. 3·4분기 출하량이 5000만대 이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TV 담당)는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다. 지난 2006년 소니를 제치고 TV시장의 왕좌에 오른 지 꼭 20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TV, 모니터 품목 등에 대한 평균 가동률은 3·4분기 기준 77.2%다. 앞서 1·4분기 82.0% 2·4분기 77.8%에서 이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가동률이 떨어지기는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올해 3·4분기 MS사업본부(TV·모니터 담당)의 공장 평균 가동률이 70.1%에 불과했다. 실적도 적자다. 3·4분기 LG전자 MS사업본부의 매출은 전년 동기비 9.5% 감소한 가운데 30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9월 MS사업본부를 필두로 한 희망퇴직 역시, TV산업의 위기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글로벌 TV시장의 최대 위협은 '개인화'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TV를 대체하고 있는데다 TV를 통해 지상파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다른 하나는
중국 업체의 부상이다. 1500달러(약 210만원)이하 저가 시장은 하이센스, TCL, 샤오미 등 중국 TV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3·4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17.2% △하이센스 15.4% 등의 순이었다. 양사의 격차는 1.8%p에 불과했다.
■이번주 TV사업 조직개편 관심 집중
업계는 이번주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의 TV사업에 대한 '처분'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앞서 지난 21일 최소폭으로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만큼, TV사업 역시, 큰 폭의 개편보다는 '관망 전략'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당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TV사업을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을 영위하는 생활가전과 통합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일었다. 하지만 점진적 시장 철수를 염두에 두는 게 아닌 이상, 돌파구가 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TV사업과 생활가전사업부간 통합설, 인력이동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각자의 뿌리가 '전자'와 '기계'라는 이질적 요소로 인해, 통합을 위한 에너지만 더 들어갈 수 있어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인력 효율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제품군 강화, AI홈 등 신수요 창출 등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면서 "TV시장이 혹독한 상황에 처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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