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임박’ 원화 가치,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
파이낸셜뉴스
2025.11.24 07:17
수정 : 2025.11.24 07: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실질실효환율 89.08...일본, 중국 다음으로 낮아
이는 지난달 말 대비 1.44포인트(p) 낮아진 값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 3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시점(89.29)과 비교해도 0.2포인트 더 낮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외환위기를 통과한 1998년 11월 말 당시(86.63)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통상 100 아래로 내려가면 기준 연도 대비 화폐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최저 68.1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최저 78.7까지 떨어진 적 있으나 근래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 중반대를 맴돌았다.
한편 BIS가 집계한 64개국 가운데서는 일본(70.41)과 중국(87.94) 다음으로 낮아 '뒤에서 3등'을 기록했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의 하락 폭이 뉴질랜드(-1.54) 다음으로 커 원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빠르게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해외주식 매입 급증, 원화 가치 약세 원인으로
당국은 원화 가치 약세의 원인으로 내국인의 해외주식 매입 급증을 꼽았다. 한은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증권투자 주식 부문)은 71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21억달러, 2023년 298억 달러를 모두 웃돈다. 10년 전인 2015년 163억 달러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위험 회피 심리와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들었다. 박지훈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 팀장은 "위험 회피 심리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다 내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로 달러 매수세가 몰려 원화 약세가 유독 크게 나타나게 됐다"며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도 실질실효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환율은 지난 21일 주간 거래 장중 1476.0원까지 치솟아 미국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9일(1487.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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