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협력 힘실은 李… "시노프 프로젝트에 韓 기여 기대"
파이낸셜뉴스
2025.11.25 01:32
수정 : 2025.11.25 01:33기사원문
에르도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보훈 협력·인프라 등 3건 MOU
양국 원자력 사업 실무채널 가동
방산 기술협력·훈련교류도 지속
【파이낸셜뉴스 앙카라(튀르키예)=성석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시노프 제2원전 참여 기반을 공식화하는 원자력(원전) 협력 확대에 힘을 실었다. 한국전 참전 75주년을 맞은 '형제국가' 방문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양국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실질협력 중심으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훈 협력 △원자력 협력 △도로 인프라 협력 등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의 핵심은 역시 원자력 협력이다. 원자력 협력 MOU는 한국이 시노프 제2원전 사업의 부지평가 등 초기 단계부터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의 우수한 원전기술과 안전운영 역량이 튀르키예의 원전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한다"며 "시노프 원전 사업 추진에 있어 앞으로 남은 세부평가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자력 협력 MOU 범위에는 원자로 기술, 부지평가, 규제·인허가, 금융 및 사업모델, 프로젝트 이행 등 포괄적 내용이 담겼다. 양국은 공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정보·경험·노하우 공유와 전문인력 상호 방문을 즉시 추진한다.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튀르키예원자력공사 사장이 각각 서명해 사업 실무채널도 가동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순방 직전 튀르키예 통신사 '아나돌루'와 인터뷰에서도 "한국과 튀르키예의 원자력 협력은 잠재력이 엄청나다"며 "정부·기업·튀르키예 에너지당국 간 논의를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은 지난 20년간 기한과 예산 준수에 대한 실적을 쌓았다"고 강조하며 바라카 원전과 유럽 프로젝트 참여 경험을 소개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관련해서도 "i-SMR은 표준 승인 단계로 향하고 있다"며 "정보공유와 협력 기회를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날 체결된 '도로 인프라 협력 MOU'를 통해 양국은 튀르키예·한국·제3국에서 추진되는 도로 민관협력(PPP) 프로젝트를 △공동 발굴 △기술·재무·법률 조사 △구조화 및 재원 조달 △디지털 기반 운영·유지관리까지 전 단계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차나칼레대교, 유라시아 해저터널 등 기존 협력사례를 언급하며 "양국 협력이 더욱 공고화되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OU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방위산업 분야도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공동발표에서 알타이 전차·T-155 프르트나 등 양국 협력사례를 언급하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생산·기술협력·훈련 교류 등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UAS(무인항공시스템)에서 세계적 경쟁력이 있고, 한국은 전차·포병·함정에서 강점이 있다"며 "양국 역량은 완벽히 보완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산업 협력 전반도 폭넓게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현지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를 "혁신·투자 촉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규정하고 현대·삼성·포스코·효성 등 한국 기업의 약 46억달러 투자사례를 소개했다. 아울러 전기차·방위기술·바이오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분야 협력 확대를 제안한 바 있는데, 이번 공동발표문에서는 SK플라즈마의 '혈액제제 자급화' 참여를 "의미 있는 협력"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중단됐던 한-튀르키예 경제공동위원회도 재개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뒤 25일 한국전 참전 기념탑 헌화, 재외동포 오찬 간담회 일정을 이어간 뒤 한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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