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ances in Financial AI' 워크숍 개최‥최고 수준 연구자 모였다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8:17
수정 : 2025.11.25 18:17기사원문
CIKM 학회 일환으로 개최
글로벌 금융 AI 생태계와 국내 금융권 AI 도입현황 점검
블랙록·JP모건 등 글로벌 금융기업 연구자부터
금융결제원 등 유관기관과 국내 금융권 AI 연구자도 참여
[파이낸셜뉴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제적 권위가 있는 ML·AI 학회 'CIKM 2025의 일환으로 개최된 'Advances in Financial AI' 워크숍은 글로벌 금융 AI의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국내 금융권의 AI 도입 현황과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국내 최초로 금융 AI에 대해 주목받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직접 모여 발표하고 논의하는 장이었다. 금융 현장에서 AI를 적용할 때 리스크와 책임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연구 중심의 글로벌 금융 AI 생태계'와 '규제 중심의 국내 환경' 간 격차를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글로벌 기업·학계 연구자 한자리
이날 캐나다 로열뱅크(RBC) 산하 AI 조직인 Borealis의 머신러닝(ML) 리서처 디렉터인 Eric Jiawei He는 실제 은행 업무에 적용된 AI 성공 사례를 공개했다. 대규모 주식 매도 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AI가 며칠 동안 최적 타이밍에 나눠서 매도하는 기술과 고객 잔고 부족이나 결제 실수를 미리 감지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특히 180억건의 거래 데이터를 학습한 거대 AI 모델을 활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이민자나 사회초년생도 단순 신용점수가 아닌 실제 소비 패턴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게 돕는 '책임 있는 AI'의 실천 사례를 강조했다.
블랙록 Dhagash Mehta 박사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때 신뢰성 확보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법을 다뤘고, JP Morgan AI 연구소 Nicole Cho 박사와 연구진은 금융 AI가 실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 단계에서 AI가 엉뚱한 답(환각)을 할 위험을 미리 예측해 연산 비용을 아끼는 기술과 별도 재학습 없이 법률 전용 도구를 조립해 복잡한 계약서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해 공유했다.
학계에서는 University of Florida의 Alejandro Lopez-Lira 교수는 "ChatGPT(GPT-4)가 기업 뉴스에서 뉘앙스를 분석해 단기 주가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론상 매우 높은 수익도 가능함을 확인했다"면서도 "실제 매매에서는 거래 수수료와 시장 충격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단순히 예측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예측과 실전의 괴리'를 강조했다.
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Hao Ni 교수는 LLM이 스스로 분석 코드를 짜고 모델을 최적화하는 'TS Agent'를 통해 시계열 분석 업무를 효율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구글 등 최신 시계열 AI 모델을 금융 데이터에 적용해본 결과 아직은 기존 전통 모델(LightGBM)을 압도하지 못하는 초기 단계로, 향후 금융 특화 데이터 재학습과 합성 데이터 활용이 성능 개선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내 금융기관 AI 고민 공유
국내에서도 한국은행, 한국금융결제원 등 금융 AI의 책임감있는 적용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에 참여했다.
한국은행 통계연구팀 김소정 박사는 경제통계에서 AI를 활용하는 실무적 어려움을 공유했다. 김 박사는 통계 작성 현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최신 LLM 대신 효율적인 실무형 AI 모델을 택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매일 뉴스 수천 건을 분석해 심리지수를 산출할 때 AI의 기술적 정확도 자체보다는 광고나 중복 기사를 걸러내어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진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채용 공고 분석 등에서도 신기술 도입과 통계적 엄밀함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금융결제원 AX전략반 임선규 박사는 보이스피싱이나 자금세탁 같은 금융 범죄를 막기 위해 계좌 간의 복잡한 거래 관계를 분석해 사기 패턴을 찾아내는 AI 기술을 소개했다. 국내 금융 AI 모델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평가 기준(벤치마크)'을 공개할 예정으로,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실제 은행 거래 패턴을 정교하게 모방한 '가상 데이터' 생성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 이연희 센터장은 국가 정책 수립을 돕기 위해 기업 데이터에 뉴스를 더해 법인세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설명 가능한 GDP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소개했다.
한국신용정보원 금융AI데이터센터 최종인 조사역은 복잡한 금융 문서를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AI 도구와 전 국민의 신용 패턴을 분석해 고객 성향을 파악하는 서비스를 통해 금융사의 맞춤형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고 공유했다.
■국내 업계도 금융AI 연구 전력
LG AI 연구원의 안원빈 박사는 뉴스나 공시 등 텍스트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금융 특화 예측 시스템 'EXAONE-BI'를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시장의 내러티브를 읽고 분석하는 4종 AI 에이전트 (기자,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 의사결정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이를 실제 운용에 적용한 펀드가 지난 2024년 벤치마크 대비 높은 초과 수익을 달성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특히 안 박사는 LSEG와 협업한 솔루션을 통해 단순 예측 점수뿐만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함께 제공하는 설명 가능성이 실제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열쇠임을 강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주형 매니저는 딥러닝 자산배분 모델의 고질적인 학습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최적의 정답지를 미리 만들어두고 이를 모방하게 하는 '지도학습' 방식을 도입해 안정성을 확보했고 100개의 모델을 동시에 학습시켜 평균을 내는 '딥 앙상블(Deep Ensemble)' 기법을 통해 예측의 변동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미국 주식 시장 시뮬레이션 결과 기존 방식들을 압도하는 수익률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신한증권 이한울 연구원은 범용 AI 모델이 한국어 금융 용어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특화 학습 데이터와 평가 지표(벤치마크)를 새롭게 구축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시간 흐름, 규제에 따라 달라지는 금융 의미 패턴을 집중 학습시킨 결과 금융 도메인에서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지만 범용 성능은 다소 하락하는 '트레이드 오프'가 관찰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모델이 한국어 단어를 얼마나 잘게 쪼개서 이해하는지(토크나이저)가 한국어 같은 저자원 언어의 학습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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