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쩐의 전쟁’ 금산분리에 발묶인 韓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8:14   수정 : 2025.11.25 21:06기사원문
세계 유례없는 초강력 원칙 고수
공장구축 등 대규모 재원마련 한계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사로잡혀
李정부 ‘AI 3강’ 시작부터 삐걱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세계 3강' 전략이 '대기업 특혜 프레임' '금산분리 교조주의'에 사로잡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 4사의 내년 인공지능(AI) 투자가 한국 정부 예산(728조원)을 능가하는 등 AI 산업 주도권을 향한 전 세계 '쩐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기업의 투자 돈줄을 막는 40년 전의 금산분리 규정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게 정부 당국의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법을 고치지 않은 채 특별법, 예외조항 등으로 변칙적인 접근법도 거론되고 있으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을뿐더러 한국만 전 세계 유례없이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재계 및 국내 경제법 전문가들은 산업과 금융 자본의 전략적 융합이 시급한 상황에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및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산분리 성역화' '대기업 특혜 프레임'을 깨지 않고선 글로벌 AI·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선 국민성장펀드 1호가 SK하이닉스, LG, 삼성 등 대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특혜 논란에 시달릴까 봐 벌써부터 경계감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년을 내다보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지원대상 1호 기업이 대기업이 될 경우 특혜 프레임이 제기될까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을 지핀 금산분리 완화 논란은 공정거래위의 반발 속에 지주사 규제 등에 대한 개정 없이 특별법 예외조항 수준에서 '증손회사 100% 지분규제'를 완화해주는 선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가 및 재계의 관측이다.

현행 금산분리 체제하에선 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국민성장펀드(150조원)가 가령 SK하이닉스에 출자를 하고 싶어도 증손회사 지분 100% 규정 때문에 자금이 투입될 수 없는 구조다. 국민성장펀드를 실제 제대로 가동하려면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특별법상 예외를 줘서 그것도 한시적으로 투자법인(SPC)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게 바로 이 얘기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얘기도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은 고수하되, 과거 예외로 허용된 것을 특별히 더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사실상 변칙이다.



과거 30조원이면 됐던 반도체 공장 1기 구축비용은 현재는 4배가 뛴 120조원대로 추산된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을 전부 다 투입해도 첨단 반도체 공장 1기밖에 짓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AI모델, 바이오, 배터리 등 첨단산업 역시 대규모 자본수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금산분리에 대한 입장은 과거 강력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던 1930~1940년대 미국식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면서 "정작 미국은 빅테크들이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등 변화해 왔지만, 한국만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가장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나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은산분리(은행 겸업금지) 완화로 문제를 확대해석하는 등 금산분리를 지나치게 성역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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