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식 참석해달라' 낚시문자에 피해자 1천명…"URL 클릭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2025.11.26 13:23
수정 : 2025.11.26 13:31기사원문
경찰, 4명 구속·9명 불구속·2명 적색수배
중장년층 피해 극심
비대면 본인인증 시스템 취약점 파고들어
"문자메시지 URL 링크 주의해야"
10월 18일 최○○ 자식 결혼식에 다들 꼭 참여 하길바랍니다 ^^ 식장: ***.kr/dgG6G
해외에 거점을 두고 1000여명으로부터 120억원대 규모의 스미싱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죄 조직이 악성앱이 설치되는 인터넷 주소(URL 링크)를 포함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미싱 문자가 성행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은 이들을 지난 7일까지 검찰에 송치했다. 중국에서 스미싱 범행을 지시한 해외 총책 2명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 수배 조치하는 등 국제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당은 지난 2023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청첩장, 부고장, 교통법규 위반 등의 허위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내 무심코 악성앱이 설치되도록 한 뒤 1000명에게 120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스미싱 문자를 보내 피해자들을 속였다. '아들 결혼식에 꼭 참여해달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분리수거를 잘못해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등 내용을 담아 첨부한 URL 링크를 누르면 악성앱이 자동으로 설치되도록 했다. 알뜰폰 개통, 번호 이동을 통해 대응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링크를 눌렀으나 휴대전화에 반응이 없어서 악성앱이 설치된 것을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에는 '링크가 안 들어가니까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는 취지로 답장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범행 피해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기존에 이용하던 통신사와 다른 통신사의 안내 문자를 받거나 갑자기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서야 상황을 알아차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피해를 입고도 구제 방법을 몰라 휴대전화 매장을 찾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 조직은 비대면 본인인증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신분증의 발급기관과 면허번호 글꼴 등이 원본과 달랐지만 알뜰폰을 인증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실존하지 않는 행정기관 이름으로 본인인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당은 피해자의 금융계좌와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접속해 자금을 이체하는 등 자산을 갈취하기도 했다. 지인들의 연락처를 추가로 확보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스미싱 문자를 대량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중장년층이 주된 범죄 표적이 됐다. 연령대별 피해 분석 결과 50대 이상이 전체 피해자의 80~90%였다. 최대 피해자 역시 60대 B씨(61)로 63회에 걸쳐 6개 계좌에서 4억8500만원을 빼앗겼다. 경찰은 중장년층의 피해가 두드러진 이유를 이들이 디지털 기기 보안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계좌탈취형 스미싱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와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한 끝에 아웃렛을 돌며 잠복했고 차 안에서 피의자들을 검거해 수십대의 공기계와 위조 신분증, 범죄수익금인 현금 4500만원을 압수했다.
이 조직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국내 총책들은 중국을 오갔고 중국 총책들과 교류하면서 범행을 공모했다. 중국인 국내 총책 A씨는 스미싱 범행을 위해 중국에서 파견됐으며 입국 직후 중국에서 알던 지인들을 모아 1년 7개월간 범행을 하던 중 검거됐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미제 사건을 다수 해결했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한국에 조직을 둔 국제 조직의 국내 총책과 핵심 조직원들을 여럿 검거했다. 전국 수사관서에서 수사중지 등 미제로 남겨진 사건 900여건이 모두 이 조직의 범행에 의한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 검증된 앱만 설치하고 지인의 청첩장, 부고장 등이라도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URL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며 "전화를 통해 먼저 확인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일상 속에서 보안수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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