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 "억울함 없도록 해달라"
연합뉴스
2025.11.26 15:05
수정 : 2025.11.26 15:05기사원문
피해자와 유족 등 185명 국가와 부산시 상대로 손배소
법정에 선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 "억울함 없도록 해달라"
피해자와 유족 등 185명 국가와 부산시 상대로 손배소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26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등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고 원고 본인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원고 185명 중 당시 피해자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구타, 가혹행위, 성폭행 등 자신들이 겪은 일을 증언했다.
다섯살 때 계모가 자신을 영화숙에 버리고 갔다는 70세 A씨는 가족에게조차 최근에 겨우 알린 자신의 사연을 힘겹게 털어놓았다.
A씨는 "배가 너무 고파서 12살 때부터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을 시도했는데 단속반에 잡혀 다시 입소해 곡괭이 자루 등으로 발바닥을 마구 맞았다"며 구타, 배고픔, 갈증 등을 얘기하며 울음을 쏟았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B씨는 수용 생활의 여파로 글조차 배우지 못해 법정 경위가 읽어주는 증인 선서문을 따라 말하며 진술했다.
도망은 시도하지 않았던 B씨는 부산세관 인근에 있던 '연락소'라는 곳의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입소 인원을 관리했고, 본인은 본의 아니게 그들과 동행해 경찰 파출소에 오가며 입소 인원들의 이동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B씨는 "차에 어린애들이 그렇게 많이 타고 오가는데 경찰들은 애들이 누구인지 묻거나 확인하는 게 전혀 없었다"며 "단속반원들에 의한 남아 강간도 봤다"고 말했다.
부산진역 앞에서 동냥하다가 잡혀갔다는 C씨는 '원산폭격'과 '한강철교' 등의 단체 기합을 거론하며 "밥 먹을 때보다 더 자주, 반장이라는 사람이 원할 때마다 있었다며" 몸서리쳤다.
그러면서 "너무나 억울하고 너무나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 지금도 고통 중인 사람이 많다"며 "국가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고통을 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증인으로는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가 나섰다.
손 대표는 당시에 가족이 있었고, 당시 국민학교(현재는 초등학교)에 다니다 방학 때 돈을 벌려고 신문 배달을 하다 잡혀갔다.
그는 "두들겨 맞는 것보다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그곳에서 영원히 못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며 "이제는 대한민국이 우리를 구해달라,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눈 감을 때 억울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시 등 피고 측 법률 대리인은 이들의 증언에 대해 반대 심문을 하지 않았다.
영화숙·재생원은 1960년대 부산지역 최대 부랑인 시설로 알려져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월 26일 피해생존자 181명이 이곳에서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위로금, 생활지원금과 의료비 지원 등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재판부는 변론기일을 오는 12월 24일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선고할 예정이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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