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음주운전 하지… 15%만 실형 받았다

파이낸셜뉴스       2025.11.26 18:11   수정 : 2025.11.26 18:11기사원문
법정형 높지만 실제 형량 낮아
5년간 61만건… 재범률 40%대



서울 도심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처벌 강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찰에 적발된 음주운전은 61만건에 달했지만 실형 선고 비율은 여전히 낮고, 재범률도 40%대에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을 '가벼운 범죄'로 여기는 사회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본지가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2020~2024년 음주운전 단속 건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으로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61만273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1만7549건 △2021년 11만5882건 △2022년 13만283건 △2023년 13만150건 △2024년 11만8874건으로 해마다 11만건을 넘겼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선 30대 한국계 캐나다인이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고, 이달 2일 동대문역 인근에서는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술을 마신 운전자의 차량에 들이받혀 50대 어머니가 사망했다. 지난 24일에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배우 마동석 역할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현직 경찰관이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운전해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음주운전 적발은 전 연령대에서 확인됐지만, 특히 60대 이상이 2020년 1만1635건에서 지난해 1만5892건으로 36.6%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남부가 지난해 2만68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도 1만2630건을 기록해 수도권에 적발이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재범률도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재범률은 2020년 45.4%, 2021년 44.5%, 2022년 42.2%, 2023년 42.3%, 2024년 43.8%로 평균 4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속과 처벌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음주운전 문화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처벌 기준은 법정형만 놓고 봤을 때 다른 범죄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현행법상 음주 또는 약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 선고 형량이 법정형보다 크게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람 중 실형을 선고받은 건 10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최대 12년의 양형 기준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정형을 그대로 적용해 중형을 선고하기에는 재판부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같은 범죄에 대해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일본이나, 종신형까지 선고가 가능한 미국의 일부 주, 상습 음주운전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는 대만의 법정형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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