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상화 못 따라가는 인프라… "5G 투자 정책 시급"
파이낸셜뉴스
2025.11.26 18:25
수정 : 2025.11.26 19:57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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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세계 첫 5G 상용화했지만
LTE 기지국 쓰는 반쪽 서비스
AI 시대 속 글로벌 경쟁력 한계
"투자 뒷받침돼야 수요 따라와"
내년 이용기한이 만료되는 3세대(G)·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정부가 공청회를 열고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내년 주파수 재할당의 최대 이슈는 통신사들에 대한 LTE 재할당 방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파수 공급처인 정부와 수요기업인 통신사들이 가격에만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고도화를 염두에 두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제 통신업계에선 현재 5G를 넘어 6G 기술 표준 선점을 두고 눈치 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우선 5G 인프라를 안착시킬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정부와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통신시장은 세계 최초로 5G 통신서비스를 상용화 했지만 순수한 5G 장비만으로 운용하는 5G 단독모드(5G SA) 전환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슨엘지가 발간한 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말까지 세계 300여개 통신사 중 60개 이상의 통신사가 중간 주파수 대역에서 공공 5G SA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하거나 확장중인 상황이다. 북미, 중국, 동남아시아, 호주에서는 2020~2022년에 초기에 대규모 구축이 진행됐다. 라틴 아메리카,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 남아프리카에서도 구축이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을 포함한 10개국 이상에서 상용화가 시작됐다.
반면, 국내 통신사들이 운용하는 대다수 5G 통신 서비스는 5G 비단독모드(5G NSA)다. 값비싼 5G 장비를 쓰는 대신 5G 장비에 LTE 장비를 붙여 속도와 안정성을 보완해 서비스 중이라는 얘기다. 유튜브와 게임 등을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선 5G 비단독모드를 사용해도 체감상 불편을 느낄 수는 없다. 문제는 AI 고도화서비스 등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는 상황이 올 경우 향후 통신사들이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투자가 선행된 후에 수요 서비스 등이 붙을 기반이 마련되는데, 현 상황에서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5G 투자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 여러 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현재까지 국내 통신3사 중 5G SA 전국 상용망을 구축한 곳은 KT 한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주파수 산정 방식은 개선해야
주파수 생애주기에 맞춘 경제적 가치 변화 등 현실적 요인을 반영해 산출 기준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경매 낙찰가를 기준으로 미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고, 구체적인 산정 방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신업계 중장기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는 등 주파수 정책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하는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출 기준의 문제로 △재할당 대가에 대한 낮은 예측 가능성 △대가 산정 판단 근거 불투명 등을 꼽았다. 현행법상 재할당은 신규 할당과 달리 △기존 주파수 할당 대가 △특성·대역폭 △이용기간·용도·기술방식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등을 규정해 대가 조정에 있어 과기정통부 재량이 크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시 과거 경매 대가를 참조할 순 있지만, 과거의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향후 5년 간 해당 주파수가 어느 정도 가치가 될 지 산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6G 신규 투자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동통신 가입자 포화 등에 통신 매출액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기존 이용자에 대한 연속적 서비스 제공 목적이 커 경쟁 요소가 적은데도, 기존 주파수마저 높은 가격에 재할당받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써야 할 재원이 경제적 가치가 낮은 재할당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내야 하는 부담이 커질수록 직간접적으로 가계 통신 요금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향후 새로운 주파수가 나오면 통신사에 높은 가격에 신규 할당하는 만큼 주파수 대역 사용자 수,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G·LTE는 낮은 가격에 재할당하는 등 '트레이드 오프'(Trade-off·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한쪽이 손실을 보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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