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제때 배출 안되면 毒… 내몸에 쌓여 장기 공격한다
파이낸셜뉴스
2025.11.28 04:00
수정 : 2025.12.02 10:34기사원문
희귀질환 꼽히는 아밀로이드증
단단한 섬유형태로 변한 비정상 단백질
신경·심장·소화기 등에 쌓여 질환 유발
신장 침범하면 부종·신부전 생기는 식
손상된 장기 회복 돕는 신약으로 치료
환자들 체중감소 막을 영양보충도 필수
아밀로이드증을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진료해온 삼성서울병원 김다래 순환기내과 교수는 27일 "우리 몸 곳곳에 쌓이는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는 심할 경우 장기의 기능을 잃게 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심해지면 장기 기능 상실
김 교수는 "아밀로이드가 쌓일수록 장기는 점차 기능을 잃고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침범 장기가 여러 곳인 만큼 환자들의 피로감과 불편감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진단 늦어지는 이유는?
아밀로이드증의 가장 큰 난관은 '조기 진단의 어려움'이다. 증상 자체가 흔한 질환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장을 침범하면 숨이 차고 쉽게 피곤해지며 부정맥이나 실신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이 영향을 받으면 거품뇨, 부종, 신부전이 발생한다. 신경을 공격하면 손발 저림·감각 저하가 생기고, 소화기를 침범하면 변비와 설사가 반복된다.
아밀로이드증이 심해지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가기 쉽다. 이처럼 전혀 연결되지 않아 보이는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은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해외 데이터를 보면 첫 증상이 나온 뒤 6개월 내 진단되는 환자는 37%에 불과하며,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20%나 된다.
김 교수는 "아밀로이드증은 여러 진료과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경험 많은 전문의와 체계적인 다학제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약 등장하며 치료 성과 개선
현재 아밀로이드증은 완치가 쉽지 않다. 이미 장기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료 전략의 핵심은 '더 이상 쌓이지 않도록 막고, 장기가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아밀로이드증 환자는 체중 감소와 영양 결핍이 쉽게 찾아오기 때문에 식사 조절이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다. 김 교수는 "특정 음식만 제한하기보다는 여러 식품군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입맛이 없을 때는 소량씩 자주 먹고, 필요하면 영양 보충 음료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심장·신장 침범 여부에 따라 염분이나 칼륨 섭취 조절이 필요해 반드시 전문 영양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최근 신약 개발로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과거보다 훨씬 이른 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서울병원, 국내에서 최다 환자 치료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아밀로이드증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해온 기관 중 하나다. 2012년부터 순환기내과·혈액종양내과·신장내과·신경과·외과·병리과·핵의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시스템까지 구축해 환자를 돌봐왔다.
지난해 8월 기준 총 882명의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다학제 진료 도입 이후 환자들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48.9개월로 이전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이지만 꾸준한 연구와 치료 노하우가 쌓이면서 환자의 예후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와 신약 개발에 적극 참여해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밀로이드증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이다. 최근 다양한 치료 약물과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조기 발견'이다. 가벼운 피로·부종·손발 저림 등 흔한 증상이라도 여러 장기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