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당근과 채찍'..정부, 증권사 해외투자 실태 조사까지

파이낸셜뉴스       2025.12.01 15:53   수정 : 2025.12.01 15: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500원대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되자 정부가 외환수급 안정을 위해 연일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장 먼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에 대해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외환투자·송금관리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수차례 구두 개입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자 외환수급 주체에 대한 달러 환전 인센티브, 외환송금 실태 직권조사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조적이며 복합적인 고환율 요인을 개선하기 앞서 국민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만을 문제 삼는다는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린 1469.9원에 마감했다.

이날 정부는 내년 1월까지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과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 조사는 외환 수급 주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사실상 긴급 직권조사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광풍을 타고 급증하는 증권사들의 해외투자 관련 대상 결정 과정과 방식, 달러 환전과 송금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과도한 레버리지(빚) 해외 파생상품 판매를 조장·권유하지 않았는지, 투자자 보호 설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도 점검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제도 예상된다.

감독당국은 일종의 암행점검인 미스터리쇼핑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미스터리쇼핑은 외부전문기관 조사원이 소비자로 가장해 금융상품을 구매하면서 금융사의 판매 절차나 과정이 적절한지 평가하는 제도이다.

이같은 실태 조사와 규제 강화 조짐은 지난 10월 기준 26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서학개미 해외투자의 주요 창구인 증권사에 대한 우회 규제로 풀이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환율 상승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원화 절하를 우려해 해외 투자를 지나치게 억제하는 부작용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쏠림을 겨냥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페널티 검토 가능성까지 밝히면서 서학개미들의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구 부총리가 휴일인 지난달 30일 오후에 외환 안정화 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해 외환수급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경제당국은 환율 안정에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할 태세다.

산업부는 수출기업에 대해 환전과 해외투자 현황을 점검한다. 이와 동시에 수출기업에 주는 정책자금 등 기업 지원 정책 수단과 연계해 환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수출기업들이 금고에 쌓아둔 달러를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세제 감면, 정책자금 지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연장도 그 중 하나다. 한은과 국민연금은 연간 650억달러 한도로 외환스와프를 체결했는데, 올해 말 만료된다. 외환스와프를 연장하면서 한도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투자를 위해 필요한 달러를 시장이 아닌 한은 외환보유액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다. 시장에서 일시적 대규모 달러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제금융·외환정책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국제금융정책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금 흐름의 불균형은 기업의 투자여력과 성장자금 확보를 제약해 우리 실물경제의 활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환율 안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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