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캠 찍힌 전여친" 해외 음란사이트서 한국인 영상 무차별 유포
파이낸셜뉴스
2025.12.02 05:20
수정 : 2025.12.02 15: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언어로 서비스되는 국적 불명의 음란 사이트에 병원 탈의실, 필라테스 숍, 가정집 홈캠 등에서 촬영된 한국인들의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IP캠 해킹 및 유출과 관련된 다양한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이후 남성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본인이 맞느냐"고 물으며 A 씨의 나체 사진 10장을 전송했다. 사진 속 장소는 A 씨가 2년 전 단 한 번 방문했던 피부관리실이었다. 해당 남성은 A 씨가 수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가 삭제한 사진까지 함께 보내며 협박을 가했고, 이어 A 씨의 계좌에 현금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로 신고해 통장 거래가 정지되도록 만들었다.
A 씨는 해당 피부관리실 원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원장은 "올해 초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며 폐쇄회로(CC)TV를 제거했으며, 우리 고객 중 피해를 본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제작진과 만난 원장은 "매장에 고가의 제품이 많고 간혹 주취자들이 찾아와 보안경비업체의 상품을 이용 중"이라며 "CCTV 영상은 일정 기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는 IP캠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화 기능이 있는 줄도 몰랐으며 날짜가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줄 알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보안업체에서 CCTV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해줬다며 "보안업체 측이 더 의심스럽다. 내가 고객 영상을 유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안업체 측은 자신들은 영상에 접근할 권한이 없으며 해킹으로 인한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모델과 일반인 가리지 않는 무차별 유출 피해
피해자는 A 씨뿐만이 아니었다. 모델 일을 하는 B 씨는 스튜디오 촬영 도중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찍혔고, 이 영상이 음란물 사이트에 유출되는 피해를 겪었다.
B 씨의 남자 친구는 "제 친구들이 B 씨가 모델 일을 하는 것을 알고 있어 '네 여자 친구가 올라왔더라. 봤느냐'고 묻길래 놀라서 사이트를 확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B 씨는 사이트에 이름까지 특정돼 유포됐다며 "영상이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만 회 가까이 나왔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타국에 거주하며 지난달 첫 아이를 얻은 제보자 C 씨는 아내의 출산 다음 날 한국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는 "아내가 회복실에서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는데 친구가 제 동영상이 있다는 사이트를 알려줬다. 확인해보니 2023년도에 홈캠에 찍힌 영상이 나왔다"고 밝혔다.
유출된 영상은 C 씨가 경기도 하남시의 자취방에서 5년간 사용했던 홈캠 촬영분이었다. 특히 영상에는 2년 전 당시 교제했던 전 여자 친구와의 은밀한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오디오 기능이 켜져 있어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노출된 상태였다.
C 씨는 "저희 집이니까 제 잘못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 여자 친구는 여성이다 보니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일상이 아예 멈춰버릴 것 같다. 그래서 말을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라 더욱 괴롭다며 "저희 집에 왔던 사람들은 저희 집이라는 걸 다 알 것이다. 정신병이 생길 것 같다. 한국에 있었다면 밖에 나갈 수 있을까 싶다. '저 사람 맞는 것 같다'고 하는 순간 인생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로그인 없이 접근 가능한 사이트 '책임 회피'하는 업체들
C 씨의 영상은 그가 처음 확인한 사이트 외에도 총 5곳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해당 홈캠 업체는 C 씨의 항의에 "우리가 서버 관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서버가 없어서 해킹당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유출됐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 고객님 휴대전화를 누군가 잠깐 가져가서 봤을 수도 있다"며 카메라 결함보다는 사용자 과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C 씨는 "괜찮은 것을 쓰려고 국산 브랜드 제품을 산 것"이라며 "전 일반인이라 아는 지식도 없고 어떻게 유출되는지, 해킹되는지 모른다. 제가 업체와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는 관계자가 '어차피 그게 또 쉽게 묻힌다'고 하더라. 법치국가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제작진은 취재 도중 이들의 영상이 최초 유포된 것으로 보이는 'CAT'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사이트를 포착했다. 대부분의 영상에는 고양이 로고가 삽입돼 있었다.
이른바 '고양이 사이트'에는 CCTV 영상뿐만 아니라 IP캠에 찍힌 사진이나 영상들이 대량으로 업로드되고 있었다. 13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해당 사이트 설정을 '한국어'로 변경하자 한국에서 유출된 영상이 끝도 없이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 없이 영상이 재생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IP카메라'라는 메뉴까지 존재하는 해당 사이트에는 노래방, 병원 탈의실, 필라테스 숍, 비디오방, 룸카페, 심지어 가정집에 설치된 홈캠과 펫캠 속 사적인 장면이 대량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아울러 '고양이 사이트'의 영상이 다른 사이트로 퍼지는 데는 불과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IP캠 판매 업체들을 찾아가 해킹 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이들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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