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투자 시장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등극"…강세장 속 군 기지에 고급차 즐비

파이낸셜뉴스       2025.12.02 05:10   수정 : 2025.12.02 11: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군이 전장뿐만 아니라 투자 시장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미군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투자 클럽”이라고 불린다면서 군인들 사이에 주식, 암호화폐 투자가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강세장 속에서 투자로 큰 재미를 본 이들이 늘면서 미군 기지 주차장에는 포르쉐 스포츠카나 험비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같은 고급 신차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군은 특히 암호화폐 열풍의 중심에 있었다.

미 국세청(IRS)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20~2021년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 신고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 상당수가 미군이 주둔한 기지 주변이었다.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고 신고한 이들이 가장 많았던 상위 25개 지역 가운데 2020년에는 8개, 2021년에는 11개가 군기지 주변 지역이었다.

루크 공군 기지 주변에서는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고 신고한 비율이 19.4%에 이르러 미 전국 평균 4.1%를 압도했다.

WSJ은 군대 특유의 전우애와 경쟁 문화 속에서 군인들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물론이고 동료들의 투자 조언을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주변에서 암호화폐 투자로 벼락부자가 됐다는 소식이 폐쇄적인 군 내부에 퍼지면서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군대 내에서는 구조적으로 일반 사회에 비해 투자 열풍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목숨을 내걸고 전장에 투입되는 군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 일반 직장인에 비해 여유 시간이 많고, 급여도 계급에 따라 공개돼 있기 때문에 개인의 금융 상황이나 투자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군인들의 급여가 대기업 연봉만큼 높지는 않지만 2000년대 이후 처분 가능한 현금이 증가했다는 점도 군인들의 투자 붐을 낳은 배경이다. 위험 지역 수당, 세금 면제 혜택 등이 군인들이 쓸 수 있는 돈의 규모를 늘려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가 쉬워진 것도 이 붐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식 거래 민주화’ 깃발을 들고 출범해 암호화폐 등으로 영역을 넓힌 로빈후드 같은 거래 애플리케이션이 늘면서 거래가 쉬워지고 군인들의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확천금의 사례가 군이라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것도 군인들 사이에 “나만 뒤처질 수는 없다(FOMO)”는 심리를 부추겨 투자 붐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F-16 전투기 조종사 숀 월시는 2008년 이라크 주둔 중 투자를 시작해 2024년 전역할 때에는 억만장자가 됐다.

우주군 시험비행 조종사인 고든 맥컬로 대위는 인공지능(AI)이 엄청난 전력 수요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원자력 종목들에 투자해 거금을 벌었다.
그는 동료들과 비행 중에도 주식 관련 얘기를 나눈다.

그렇지만 군인이라고 하락장 충격을 피하는 재주는 없다.

금융 전문가들은 많은 군인이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 같은 장기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일부는 소수 종목이나 코인에 단기 베팅하거나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면서 시장이 조정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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