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날고 코스피 뛰고…'계엄의 밤' 이겨낸 韓경제

파이낸셜뉴스       2025.12.02 18:27   수정 : 2025.12.02 19:21기사원문
12·3 이후 1년
정치혼돈 딛고 빠른 회복력 입증
AI훈풍으로 반도체 수출 역대급
3분기 성장률 다시 1%대 올라서
청년고용 악화 등 생채기는 여전



한국 경제의 복원력은 놀랍다.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은 그런 힘을 입증한 시기였다. 정치적 혼돈이 집어삼킨 한국 경제는 녹다운될 지경이었다.

그 속에서도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온 한국 경제의 DNA가 꿈틀댔다. 수십년 축적한 펀더멘털은 단단했다. 경제주체들은 다시 힘을 모았다.

최고 등급의 국가신용도를 지켜내고 코스피는 4000 시대를 처음 열었다. 인공지능(AI) 광풍에 올라탄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역성장하던 경제성장률은 계엄사태 반년 만에 1%대로 치고 올라섰다.

2일 주요 경제지표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한국 경제는 비상계엄의 혼란을 조기에 종식하고 AI 초혁신 경제를 앞세운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빠른 회복력과 견고한 시장 신뢰를 입증했다.

우선 실질 경제성장률 반등이다. 지난 2022년부터 8분기 연속 0%대에 갇혀 있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4분기 -0.2%까지 내려앉았다. 잠재성장률보다 못한 저조한 성적표다. 그러던 것이 올 2·4분기 0.7%에서 3·4분기 1.2%로 반등하며 장기침체의 고리를 끊어냈다. 이런 추세가 내년 1.8~2.2% 성장률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성장을 지탱한 것은 수출이다. 대미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는 올 11월까지 누적수출액(1526억달러)이 지난해 전체 실적(1419억달러)을 넘어섰다.

소비심리도 살아났다. 지난해 12월 최저 수준(88)까지 추락했던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달 112.4로 껑충 뛰어올랐다. 8년 만에 최고치다. 대외신인도 또한 Aa2(안정적), AA(안정적) 등 최상위 등급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반등의 이면에 우리 경제의 민낯도 드러났다. 건설업 침체 장기화, 주력 제조업 공동화, 청년층과 중장년층 고용 악화는 심화됐다. 새 정부의 돈 풀기와 금리 인하, 해외투자 급증과 대미투자 달러 유출 우려 등 복합적 이유로 원·달러 환율은 계엄 당시 수준인 1470원대에 갇혀 있다. 원화 절하는 실질물가를 자극한다. 석유와 과일, 신선식품 가격이 올라 11월 생활물가는 1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3%대에 육박했다. 통상 환율이 짧게는 3개월쯤 후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과 한계산업, 8대 사회보험 등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적 저성장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규제완화, 재정 정상화, 노동시장 유연화, 주력산업 구조조정과 같은 어려운 구조개혁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청년 고용 악화를 해소하는 실질적 고용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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