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억'으로 '우승 DNA'를 샀다… 삼성이 최형우의 복귀에 그토록 목을 멨던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5.12.04 10:01
수정 : 2025.12.04 10:08기사원문
삼성, 보상금까지 총 41억원으로 최형우 영입
돈으로 살 수 있는 왕조의 위닝멘털리티
구자욱, 디아즈, 김영웅과 최강 타선 구축
리스크가 많이 제거된 압도적인 가성비
삼성이기에 얻을 수 있는 낭만 비용도
[파이낸셜뉴스] 삼성이 '왕조의 마지막 유산'을 다시 품었다.
총 들어간 비용은 41억원이다. 일각에서는 42세 시즌을 맞는 노장에게 과한 투자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답은 명확하다. 삼성 입장에서 이 계약은 실패할 확률이 극히 낮은,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삼성이 최형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 때문이 아니다.
철저하게 2026년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다.
첫째, 돈으로 살 수 없는 ‘위닝 멘털리티’의 이식이다. 삼성의 시계는 2014년에 멈춰 있다. 통합 4연패 이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현재 삼성 라인업을 보자. 2015년 처음 주전 선수로 한국시리즈를 밟았던 팀의 리더 구자욱조차 우승 반지가 없다. 강민호도 아직 한 번도 우승 반지를 낀 적이 없다. 이재현, 김영웅, 이재현 등 젊은 피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큰 경기에서 어떻게 이기는지, 챔피언이 되기 위해 어떤 공기가 필요한지를 몸으로 기억하는 선수가 전무하다.
최형우는 다르다. 그는 삼성 왕조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무려 8번의 한국시리즈에 나섰고 6개의 우승반지를 끼었다. 팬들의 뇌리에 생생한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 0의 균형을 깨뜨렸던 그 결승 2루타가 삼성 왕조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KIA로 이적해서도 2번의 우승반지를 추가로 꼈다. 가장 마지막 우승반지를 낀 것도 삼성과의 2024년 한국시리즈였다.
삼성은 그 불꽃을 다시 가져왔다. 팀 내 유일한 ‘우승 경험자’의 존재감은 가을야구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거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는 코칭스태프가 줄 수 없는 영역이다.
둘째, 상대 배터리를 질식시킬 ‘거를 곳 없는 타선’의 완성이다. 최형우가 전성기처럼 팀 타선을 홀로 짊어질 필요는 없다. 지금 삼성에는 구자욱, 르윈 디아즈, 김영웅이라는 확실한 클린업 트리오가 버티고 있다. 테이블세터 김지찬, 김성윤 등의 기동력도 수준급이다. 이재현, 강민호도 좋다. 여기에 최형우가 6번 혹은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선다고 가정해보자. 상대 투수로서는 재앙이다. 디아즈와 구자욱을 거르고 승부할 곳이 없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최고령 타점왕 경쟁을 펼쳤을 만큼 ‘해결사 본능’은 여전하다. 그저 중심 타선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만으로도 타선의 시너지는 폭발한다. 화려한 주연이 아닌, 가장 무서운 조연으로서의 최형우는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카드다.
셋째, 실패의 리스크가 제거된 ‘압도적 가성비’다. 2년 26억 원. 냉정히 말해 50억원이 일상적인 시대에 삼성 레전드에 대한 예우와 우승 도전 비용치고는 저렴하다. 무엇보다 최형우는 C등급이다. 보상선수 출혈 없이 오직 금전적 투자만으로 영입이 가능했다. 삼성의 목표는 장기적인 리빌딩이 아니다. 당장 1~2년 안에, 얻기 전 승부를 봐야 한다. '윈나우'를 위한 단기 속성 과외비로 41억 원은 최근 폭등하는 FA 분위기를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몸만 정상적이라면 망할 확률도 높지 않다. 그는 KIA에 와서 9시즌 동안 3할 밑으로 떨어진 것은 고작 세 시즌 뿐이다. 세 시즌을 빼고는 전부다 20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0.340이상의 고타율도 무려 세 시즌이나 기록했다. 특히, 2023년에는 최형우와 아이들이라는 별칭으로 불릴만큼 KIA를 이끌었다. KIA가 우승했던 2024년에는 무려 109타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최형우에게 2년에 사실상 전액을 보장했다. 그럼에도 갑자기 에이징 커브가 와서 설령 결과가 좋지 않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해도 팬들은 비난하지 않는다. 삼성 팬들에게 최형우는 ‘퉁어게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복귀 자체만으로도 환영받는 존재다. 말 그대로 '낭만 비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형우의 데뷔 팀 삼성이기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과거 그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냈던 미안함과 아쉬움을 달래는 비용, 혹은 레전드의 은퇴식을 친정에서 치러준다는 의미만으로도 '먹튀' 논란이나 심리적 저항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베팅이다
넷째, 할 말은 하는 ‘진짜 리더’의 귀환이다. 최형우는 권위적인 선배가 아니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위해 총대를 멜 줄 아는 리더다. 지난 2023년, 스리피트 라인 규정 적용에 논란이 일었을 때 "주자를 맞추라는 소리냐"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6개의 우승 반지를 그냥 낀 것이 아니다. 클럽하우스의 공기를 바꾸고, 때로는 쓴소리로, 때로는 솔선수범으로 팀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된다.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삼성 더그아웃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삼성은 박찬호나 강백호 등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형우에게는 KIA가 놀랄만큼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우승이 절실한 삼성에게 최형우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자,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을 아는 유일한 가이드다.
41억 원이라는 투자로 전력 강화, 멘털 케어, 팬심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6년,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다시 우승기가 휘날린다면 그 중심에는 반드시 최형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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