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뉴시스
2025.12.04 05:56
수정 : 2025.12.04 05:56기사원문
네 번째 연출작 영화 '윗집 사람들' 내놔 스페인 원작에 하정우식(式) 코미디 더해 "관객과 더 소통할 수 있는 코미디 원해" 전작 모두 코미디 그러나 모두 흥행 부진 "내 코미디 가장 웃기단 생각 이제 버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철저히 점검했다" "자막 넣고 표현 수위 끝까지 밀어붙여"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롤러코스터'(27만명) '허삼관'(95만명) '로비'(26만명). 그간 감독 하정우(47)의 코미디는 사실상 실패했다. 그가 코미디를 사랑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라는 건 많은 이들이 안다. 앞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모습만 봐도 알 수 있고 동료 배우 등이 증언하는 걸 들어보면 하정우는 정말 웃긴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코미디 영화는 소수 관객에게 통했을 뿐 다수 관객과 소통하지 못했다.
하정우의 말 그대로다. '윗집 사람들'의 설정은 심플하다. 극 중 배경이 되는 공간은 딱 하나이고, 등장 인물도 네 명에 불과하다. 연극이라고 쳐도 간단한 구성이다. 그리고 러닝타임 107분 간 네 사람은 쉴 새 없이 떠들어서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2020년 나온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원제:The People Upsairs)이 원작. 하정우는 "찡한 작품이었다"며 "소소하게 속닥속닥하는 이 영화에 저만의 뭔가를 얹으면 충분히 재밌는 영화로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위아래층에 사는 두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게 기본 콘셉트다. 어느새 현수(기동욱)와 소원해진 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정아(공효진)는 매일 밤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며 각종 소음을 만들어내는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가 내심 부럽고, 어느 날 현수와 상의 없이 이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한다. 현수는 안 그래도 층간소음을 만들어내는 윗집 사람들이 탐탁치 않은데 이들이 저녁 식사 내내 해괴망측한 소리를 하는 건 물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까지 하자 폭발하고 만다.
"예전엔 제 코미디가 가장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생각을 바꿨죠."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중 하정우를 제외한 나머지 세 배우가 입을 모아 한 말이 있다. "배우 하정우가 감각적이라면 감독 하정우는 철두철미하다." 한 마디로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의 유머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완벽하게 타이밍을 잡아 쏘려고 했다. 물론 그는 다른 영화를 만들 때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이번엔 더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공효진·김동욱·이하늬 산전수전 다 겪은 세 베테랑 배우가 이런 리딩(촬영 전 배우들이 대사를 연습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주 5일 오전 8시에 모여서 리딩을 한 겁니다." 그는 리딩을 도와줄 배우도 따로 섭외했다. 빼어난 감각을 가진 코미디언 엄지윤·곽범·이창호 등과 함께 리딩하며 코미디 감수를 받았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일일이 점검했습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어요. 실제 네 배우와 리딩하면서 수정하고, 코미디언들과 함께하면서 또 수정했죠. 전작에서 저의 코미디가 공감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딩만 한 게 아니었어요. 자료 수집도 했죠. 요즘 10~20대가 많이 쓰는 단어를 조사해서 몇 백 개 문장을 추렸어요. 그 중에 우리 작품에 녹아들 만한 걸 집어 넣었고요. '스껄'이나 '홀리몰리 과콰몰리'가 그런 것들입니다. 우디 앨런 영화의 어느 대사, '대부'의 어느 대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대사 등도 넣었죠. 한 마디도 허투루 치는 게 없게 하려고 했습니다."
'윗집 사람들'에서 하정우의 승부수 중 하나는 자막이다. 영어 대사가 없는데도 이 작품엔 모든 대사에 자막이 삽입됐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막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자막이 있으면 관객 시선이 카메라가 비추는 대상이 아니라 자막을 향하기 때문에 영화를 온전히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정우는 이 영화 전체에 자막을 넣었다. 특히나 대사의 예측불가능함이 중요한 코미디물에서 말보다 먼저 대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핸디캡을 부러 껴안은 것이다. 하정우는 "앞서 작품들을 하면서 스트레스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걸 이번 작품에서 해소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 가지는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코미디가 끝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자막을 넣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결정을 쉽게 했어요. 자막을 통해 잃는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 드라마를 위해선 더 좋을 거라고 봤어요. 그리고 코미디와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끝까지 가보려고 했어요. 일단 거침 없이 표현해보려고 했던 거죠."
코미디와 대사에만 신경 쓴 게 아니다.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의 모든 설정이 현실에 기반하길 원했다. 윗집 부부의 독특한 성생활 역시 단순히 원작에 의존하거나 상상에 맡기는 게 아니라 자료 조사에 기반했다. 남다른 관계를 즐기는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취재해 영화에 녹여냈다. 하정우는 "영화에 나오는 건 취재한 것들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윗집 부부가 정아와 현수를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느껴진다면 그건 취재 덕분일 겁니다. 더 생생한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들이 즐기는 그 여가 활동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알아내서 작품에 넣어야 관객이 직관적으로 더 실감을 느낄 거라고 봤던 겁니다. 극 중 수경(이하늬)의 상담 역시 실제 사례에 기반해서 만든 장면입니다. 상담 사례에 더해서 실제 정신과 의사들의 매뉴얼을 참고했죠."
'윗집 사람들'은 일단 하정우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웃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정우는 "네 번째 작품이라면 조금 나아져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그렇게 깨져봤으면 조금이라도 발전을 이루는 게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앞으로 더 잘해봐야겠다, 라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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