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마테호른에 65층 마천루"…주택난 해결책인데 주민 반응은 영

파이낸셜뉴스       2025.12.04 07:29   수정 : 2025.12.04 07: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알프스 4대 최고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4478m)에 65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뒤 스위스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게 목적이지만, 자연경관 훼손과 관광 과밀화 우려로 주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스위스 체르마트 출신 건축가이자 사업가 하인츠 율렌(61)이 최근 높이 260m 규모의 마천루 ‘리나 피크’(Lena Peak)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총 5억 유로(약 8500억원)를 들여 32층까지는 지역 주민을 위한 저가 주택, 상층부 30여 개 층은 외국인 투자자를 겨냥한 고급 아파트로 구성된다. 여기에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차량 1000대가 들어서는 주차장, 스포츠센터·보육원·상점·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도 들어간다.

알프스 계곡을 따라 펼쳐진 체르마트 마을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한쪽으로는 마테호른산의 뾰족한 산봉우리가, 다른 한편엔 고르너그라트 산등성이가 보인다. 상주인구는 약 5800명 뿐이지만, 겨울이 되면 관광객이 몰리며 4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주거난을 겪는다. 여기에 평균 주택 가격이 ㎡당 2만 스위스 프랑, 우리 돈으로 약 3600만원이나 될 정도로 유럽에서도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다.

율렌은 스위스 공영방송 SRF 인터뷰에서 “주택난이 심각해 지역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다”며 “체르마트의 미래를 위해선 더 많은 주거공간이 필요하다”며 주거 부족을 해결할 방법으로 초고층 건물을 제시했다. 이미 공청회를 통해 마을 아래 계곡의 농지도 확보했다.

그러나 주민들 반응은 부정적이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마테호른을 중심으로 한 자연경관이 훼손될 거라는 우려다. 여기에 심각한 관광 과잉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스위스는 예전에도 난개발로 실패한 대형 프로젝트가 여럿 있었던 만큼 토지 용도 변경에 대해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온라인에도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마테호른을 파내서 그 안에 아파트를 짓고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건 어떻겠냐”며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마을에서 마테호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지으면 관광객이 줄고 집값도 내려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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