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데 재료값만 뛴다… 골목사장님들 "연말특수 옛말"

파이낸셜뉴스       2025.12.04 18:15   수정 : 2025.12.04 18:14기사원문
생활물가 뛰자 소비자 지갑 닫아
자영업자들 매출 감소 '악순환'
창업후 평균 6.5년이면 간판 내려
소상공인·전통시장 BSI 동반하락

"테이블 회전이 안 나오는데 원재료 가격만 또 올랐습니다. 남는 게 없어요."

4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63)는 "시장에 나가면 하루가 다르게 가격표가 바뀌어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중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모씨(61)도 "물가는 오르는데 손님 발길은 뜸해져 매출이 지난해 절반도 안 된다"며 "정책 만드는 분들이 이 상황을 더 실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특수 등을 기대할 법한 시기지만 소상공인들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올해만큼은 숨통이 트이길 바랐지만, 정작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인·전통시장 체감경기 악화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5년 11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에 따르면 11월 체감 BSI는 75.0, 전통시장은 75.8로 전월 대비 각각 4.1p, 2.7p 떨어졌다. 12월 전망 BSI도 각각 83.2(-7.5p), 80.8(-6.4p)로 동반 악화했다.

BSI 지수가 100 초과면 호전, 100 미만은 악화를 의미한다. 체감지수와 전망지수가 나란히 하락한 것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모두 현장 분위기가 침체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30대 직장인은 "요즘 장보면 예전이랑 체감이 다르다. 과일 몇 개만 사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당분간 외식 줄이고 지출부터 줄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생활물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소규모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통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5년 3·4분기 소상공인 동향'을 보면 3·4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로 전 분기 대비 1.16% 증가했지만 이익은 오히려 4.63% 감소했다. 소비쿠폰이 매출에는 일시적 보탬이 됐지만, 고물가 충격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 상승세는 더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국가데이터처는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17.20으로 전년 대비 2.4% 올랐다고 발표했다.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이 신선식품·수입 식료품·석유류 가격에 직격탄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지금 물가는 꽤 안정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핵심 품목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생활물가 부담이 소상공인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현 상황과는 온도 차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비용 구조로 폐업 위기

폐업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창업 후 폐업까지 평균 영업기간은 6.5년에 불과했다. 3년 미만 단기 폐업 비중도 39.9%로 집계됐다. 폐업 사유는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이 86.7%로 압도적이었다.


현장에서는 고비용 구조가 이어질 경우 폐업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부진과 고물가가 동시에 이어지는 이른바 '이중 압박'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이 어려운 만큼 정부는 남은 예산에서 최대한 지원방안을 찾고 새 정책은 내년 예산 반영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 이 상황이 뉴노멀이라는 각오로 장기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