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의 복수? 홍명보 감독 "멕시코 홈 이점 있지만, 우리 애들 그때와 다르다"

파이낸셜뉴스       2025.12.06 13:03   수정 : 2025.12.06 15:29기사원문
"북중미 월드컵이 아니라 멕시코 월드컵"
"멕시코는 여전히 강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때와 다르다"
"매 경기를 전쟁이라고 생각"



[파이낸셜뉴스] "북중미 월드컵이 아니라, 그냥 '멕시코 월드컵'이 돼 버렸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 샤킬 오닐의 거대한 손에서 'KOREA'가 적힌 공이 가장 먼저 뽑혀 나온 순간. 홍명보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포트2의 가장 첫 번째 순서, 그것도 개최국 멕시코가 버티고 있는 A조.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속내는 복잡했다.

홍명보 감독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조 추첨식 직후 취재진과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 유럽과 남미의 '괴물'들을 피했다는 안도감보다는, 개최국 멕시코의 텃세와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 보였다. 그는 멕시코의 홈 이점을 '실력 그 이상의 무언가'라고 정의했다. 2002년의 기적을 직접 썼던 당사자이기에 그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진짜 적은 따로 있다. 상대 팀이 아니다. 바로 멕시코의 '미친 날씨'와 '지옥의 고도'다.

홍 감독은 인터뷰 내내 '적응'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럴 만하다. 1, 2차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는 해발 1,600m의 고지대다.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 3차전 몬테레이로 넘어가면 기온이 35도를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기다린다.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뛰다가 갑자기 사우나로 들어가는 격이다.

홍 감독은 "가장 큰 고민은 장소다. 고지대 적응에는 최소 열흘에서 2주가 걸린다. 소집하자마자 바로 현지로 날아가야 할 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개막일에 첫 경기를 치러야 해 훈련 시간마저 다른 조보다 짧다. 말 그대로 '이중고'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의 눈빛은 매서웠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 1-3 패배의 아픔을 기억하는 산증인이다. 하석주의 백태클 퇴장과 무너졌던 수비 라인. 홍 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꺼내며 묘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멕시코는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1998년의 선배들보다 훨씬 경험이 많다."라고 그는 말했다.

홍 감독은 '전쟁'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꿀조라는 평가, 32강 진출이 유력하다는 예상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홍 감독은 "상대도 조건은 똑같다. 한 경기가 끝나면 휴식도 있다. 매 경기를 정말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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