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법관회의조차 '우려'…법관들, 與사법개혁에 '한목소리'

뉴스1       2025.12.08 21:05   수정 : 2025.12.08 23:23기사원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다중노출 촬영). 2025.1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의원들이 참석해 있다. 2025.1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진보 성향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에 위헌 소지가 있고 재판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법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한 만큼 법원 안팎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행정처는 오는 9일부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비롯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공청회를 사흘간 연이어 진행해 사법부와 여당이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개최돼 6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에는 사전에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모두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지 여부를 정하는 것이 골자다.

첫 번째는 상고심 제도 개선·대법관 증원·대법관 후보 추전위원회 제도 개선 등 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재판제도 분과위원회 발의 의안이다.

두 번째는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에 관한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 발의 의안이다.

법관대표회의는 먼저 첫 번째 안건에 대해 재석 89명 가운데 찬성 79명, 반대 6명으로 가결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제도 개선은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 그리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논의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상고심 제도 개선은 충분한 공감대와 실증적 논의를 거쳐 사실심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하고 사실심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했다.

법관대표회의에서는 재석 92명 가운데 찬성 76명 반대 13명으로 두 번째 안건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법관대표회의는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은 충분한 연구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 법관들의 의견 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도 균형 있게 수렴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내란재판부 신설과 관련한 입장 표명 안건은 회의 전 상정되지 않았지만 법원행정처가 법안 진행 경과와 내용, 관련 입장을 설명하면서 현장에서 추가로 등재·상정됐다.

이를 두고 논의 시급성에 비춰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관련 논의가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할 때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고루 제시됐다.

입장 표명 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 구성원 126명 79명이 참석해 찬성 67명, 반대 10명으로 가결됐다. 이후 구체적인 입장 내용을 담은 안건은 찬성 50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법관대표회의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회의는 구성원 126명 가운데 온·오프라인 참석자가 한 때 100명을 넘었고, 상정된 안건이 모두 가결되면서 사법개혁에 대한 법관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법관대표회의는 진보 성향 모임으로 분류돼 이날 개최를 앞두고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어떤 입장을 낼지 법조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며, 법관들은 그동안 법관대표회의를 통해 사법부 관련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법관대표회의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등을 주장하는 여당의 강경 노선에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원 관계자는 "법관대표회의에서 '우려 입장'이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법관들이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우려한다는 취지로 이해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 법원장들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시도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지난 5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두 법안에 대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면서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사법개혁 논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관련해 오늘 의총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자문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수렴해서 다음 의총에서 내용을 더 논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법왜곡죄와 관련해서도 조금 더 숙의한 후에 다음 의총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10일 오전 10시부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개편'을 주제로 3일에 걸친 릴레이 공청회를 진행한다. 이날 공청회에는 사법부 안팎의 전문가들이 모여 법원행정처 폐지, 대법관 증원 문제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공청회에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선수 전 대법관 등 법조계 인사를 비롯해, 검찰과 학계, 언론계 등 인사들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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