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말레이 빗물저류 터널 시찰..."대심도 완성으로 비 피해 줄일 것"
파이낸셜뉴스
2025.12.09 13:46
수정 : 2025.12.09 12:05기사원문
말레이시아 정부는 비가 오면 수시로 넘쳤던 클랑강 범람을 막고 평상시에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교통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2007년 복합터널 'SMART'를 건설했다.
총사업비 약 6120억원 가운데 69%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31%는 민간이 투자해 조성됐다. 일정 강우량 이상 비가 내리면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하천 유량을 조절하는 통로로 사용한다.
터널·저류지 등 전체 저류용량은 총 300만t에 달한다. 강우 시 클랑강 홍수를 상부 저류지에서 터널로 흘려보내 가두고, 비가 그치면 터널 하부 저류지를 통해 케라용강에 방류한다.
SMART는 총 4단계로 운영된다. 1단계에는 도로를 정상 운행하다가, 2단계부터 도로 통행을 유지한 채 하부 빗물 터널에 물을 담기 시작한다. 3단계부터는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4단계가 되면 도로와 빗물 터널 전체를 수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SMART 건설 이후 2022년까지 15년간 차량을 통제하고 빗물 배수 목적으로 사용한 실적은 총 115회(연평균 7.6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터널로 인한 교통혼잡과 홍수 저감으로 연 800억원 이상(2022년 기준) 경제적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도 2020년 완공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에 이어 현재 시내 3곳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조성 중이다. 지하 40~50m 아래 수로를 만들어 집중호우 시 빗물을 일시 보관했다가 방류하는 일종의 '물탱크' 기능을 맡는 시설이다.
실제로 과거 상습 침수 구역이었던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는 신월 빗물 터널 조성 이후 5년간 33회, 빗물 총 104만t을 가둬 단 한 건의 침수도 겪지 않았다.
2030년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준공되면 총 4곳에서 총 132만800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수~과천 복합터널’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 터널(연장 5.61㎞·왕복 4차로) 하부와 인근 대심도에 폭우 시 빗물을 최대 42만4000톤까지 저장할 수 있는 방수로를 조성해 사당·이수 일대 침수를 막을 계획이다. 다만 이 복합터널은 말레이시아 SMART처럼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 터널까지 빗물을 저장하는 기능은 없다.
오 시장은 "서울은 빗물 저류와 도로 기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터널을 만드는 게 실무적으로 어렵다"며 "터널 양 입구에 대형 저류조를 만들 땅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면에서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늦었지만 강남역, 도림천, 광화문 세 곳의 대심도 빗물터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곳에서 먼저 경험한 것처럼 비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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