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필버' 나경원 마이크 끄고 정회 선포…"진행 방해"(종합)
뉴스1
2025.12.09 18:31
수정 : 2025.12.09 18:54기사원문
(서울=뉴스1) 손승환 박기현 홍유진 임윤지 기자 =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의제를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우 의장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안건과 무관하다며 마이크를 끄자, 국민의힘이 고성 항의에 나서면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 107인은 즉각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나 의원이 오후 4시 28분경 발언을 시작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쟁점이 큰 법안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날 여야는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 시작부터 고성을 주고받았다.
우 의장이 연단에 오른 나 의원을 향해 "인사 안 합니까"라고 하자, 나 의원은 "조금 이따 말씀드리겠다"고 맞받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 차려", "인사해라" 등을 연신 외쳤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라"고 항의했다.
우 의장은 필리버스터 시작 약 10분 후인 오후 4시 39분경 "가맹사업법 (관련) 무제한토론을 하러 나오신 것 맞냐. 이것은 의사진행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나 의원의 마이크를 껐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제2의 추미애"라며 '우미애'를 연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발언 중 마이크를 자르는 건 추미애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 의장은 "마이크를 일부러 안 주는 게 아니고 나 의원이 사회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가맹사업법 의제 속으로 들어가겠다 하면 마이크를 켜드리겠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의 발언권 제한 시간이 길어지자 본회의장에는 무선 마이크도 등장했다.
우 의장은 "세상에 무선 마이크를 국회 본회의장에 갖고 오는 게 어디 있느냐"며 "사과하라"고 했다. 나 의원은 "제가 갖고 온 게 아니다"며 맞섰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본회의 도중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는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독단적 본회의 진행이자 법률 규정을 무시한 의장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장직을 민주당 지부로 격하시키고, 국회의장도 '개딸' 눈치 본다는 사실을 잘 알게 해 줬다"며 "의회 독재에 부역한 국회의장, 직권을 남용한 아첨자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장과 나 의원은 무선 마이크 반입 관련 유감 표명을 놓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우 의장이 "본회의장에서 개인 유튜브용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감 표명하라"고 말하자, 나 의원은 "사과를 하려고 해도 들어야 하지, 소리 지르는데 무슨 사과를 하느냐"고 따졌다. '사과하라', '듣고 얘기하라' 등 여야 의원들의 고성도 계속됐다.
결국 우 의장은 "정상적인 토론이 안 된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오후 6시 19분경 정회를 선포했다.
국회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건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현 원내대표)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져, 방역 차원에서 중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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