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까지 답 주겠다” 약속보다 빨랐던 결단… 네일, MLB 뿌리치고 KIA에 ‘낭만’을 심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0 08:54   수정 : 2025.12.10 08:54기사원문
"11월 30일까지 답 주겠다" 약속했던 네일... 빠른 결단 내려
간보기 없이 화끈하게 KIA 선택... 구단도 최고 대우로 화답
역대 4번째 200만달러 클럽 가입
네일 있어 투수진 계산 서는 KIA





[파이낸셜뉴스] KIA 팬들에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좋았던 뉴스는 지난 11월 26일 들려온 제임스 네일의 재계약 소식이었다. 양현종의 재계약과 함께 KIA 팬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날이다.

KIA 타이거즈가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과 총액 200만 달러(계약금 20만, 연봉 160만, 옵션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네일은 3년 연속 호랑이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단순한 재계약이 아니다. KBO리그 역사상 외국인 선수 200만 달러는 ‘상징적인 숫자’다. 더스틴 니퍼트(2017·두산), 헥터 노에시(2018·KIA), 드루 루친스키(2022·NC) 단 3명만이 밟아본 고지다. 네일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그가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 외인’임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다.

사실 네일의 잔류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시즌 중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실제 내셔널리그의 모 구단은 네일에게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네일의 좌우로 휘어지는 스위퍼는 MLB에서도 충분히 통한다. KBO의 ABS는 상하로 크고 좌우로 좁다. 이런 부분은 네일에게는 분명히 마이너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일은 저평가된 자원이고 확실한 위닝샷을 보유하고 있다. 충분히 MLB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우리 구단은 제안을 넣을 예정”이라며 네일 오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2~3개 구단이 네일에게 관심을 보였다. 만약 MLB 구단이 ‘메이저 보장’ + 선발 투수에 걸맞는 금액을 질렀다면 KBO 구단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변수는 ‘보직’과 ‘조건’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 네일을 매력적으로 본 것은 사실이나, 거액을 쏟아부어야 하는 메이저 보장 계약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KIA보다 액수는 무조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네일이 KIA에 애정이 있어, 애매한 조건이라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타 구단 관계자의 예측은 정확했다.

네일은 화끈했다. 그는 KIA 구단에 “11월 30일까지는 확실하게 답을 주겠다”고 못 박았다. 질질 끌며 몸값을 올리는 ‘간 보기’는 없었다. 그리고 네일의 결단은 약속 기한보다 대략 일주일이나 빨랐다. MLB 구단의 오퍼를 확인한 네일은 망설임 없이 KIA의 손을 잡았다. KIA 관계자는 “네일은 성격이 화끈하고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구단 역시 그에 걸맞은 성의를 보였다”고 귀띔했다. 2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에이스를 향한 KIA의 확실한 예우였다.

지난 2년간 네일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 금액이 아깝지 않음을 증명한다. 2024시즌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우승의 주역이 됐다. 2025시즌에도 8승 4패 WHIP 1.07을 기록하며 굳건함을 과시했다. 통산 2.38의 평균자책점. 네일은 이미 검증이 끝난 카드다.

네일의 잔류는 단순히 투수 한 명을 잡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KIA 마운드 운영의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만약 네일을 놓쳤다면 KIA는 올러와의 재계약까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했다. 아니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1선발이 사라진 상황에서 올러마저 교체하는 모험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도 네일이 없다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에이스 네일이 버티고 있기에, KIA는 올러 카드를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더 좋은 선수가 있다면 교체하고, 여의치 않다면 재계약하면 된다. 협상의 주도권이 KIA에게 넘어온 셈이다.

이로써 KIA는 2026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네일과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이의리, 양현종, 여기에 김도현과 김태형(혹은 황동하)이 경쟁하는 구도다. 전력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선발진만큼은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네일은 계약 직후 “광주에서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더욱 암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보다 낭만, 그리고 우승을 택한 에이스의 귀환. KIA 타이거즈의 2026년은 네일이 있어 그나마도 든든하게 시작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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