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우승후보 '프리패스' 가능…홍명보호, 조2위만 해도 8강 넘볼 수 있는 '토너먼트 꽃길' 열린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0 14:38
수정 : 2025.12.10 16:17기사원문
홍명보호, A조 2위 32강 진출하면 B조 2위와 격돌
B조는 최약체... B조 2위 캐나다 or 스위스 등과 격돌 가능성 커
16강 넘어서면 F조 1위(네덜란드, 일본) or C조 2위(모로코) 가능성
아르헨티나, 프랑스, 브라질 등 우승후보 8강까지 안만나
브라질 C조 2위 '대이변' 없으면 남미 패스도 큰 호재
상대적으로 강한 유럽, 북중미, 아프리카에 전념할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A조 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숨겨진 ‘토너먼트 대진표’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대진은 한국 축구가 원정 월드컵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판이 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멕시코, 남아공, 유럽 PO(D)와 A조에 속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면, 토너먼트 대진은 남몰래 휘파람을 불어도 좋다. 조 2위만 차지해도 소위 ‘꽃길’이 열리는 기막힌 대진 구조 때문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상성’이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개인기와 유연함이 뛰어난 남미 팀에 약했다. 하지만 이번 대진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우승 후보들을 8강 이전까지 95% 이상 피하는 구조다. 유일한 경우의 수는 브라질이 C조 2위를 하고 32강을 통과하는 것인데, 전력상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한국은 16강까지 유럽이나 북중미, 아프리카 팀들만 대부분 상대하게 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축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유럽세는 익숙하다. 피지컬과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들에게는 충분히 면역력이 있다. 가장 껄끄러운 남미 최강국들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익숙한 유럽·아프리카 팀들과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전력 외적인, 그러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호재’다.
만약 한국이 B조 2위를 꺾고 16강에 오른다면 F조 1위와 C조 2위의 승자와 만난다. 유력한 후보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or 일본(F조 1~2위 예상) 혹은 모로코(C조 2위 예상)다.
물론 16강부터는 모든 팀이 강하다. 한국보다 약한 팀을 찾는다는 것은 욕심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해볼만한 팀과 만나느냐는 것이다. 즉 한국이 감당하기 힘든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같은 ‘끝판왕’들을 피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네덜란드 역시 유럽의 강호지만, 과거 한국에 0-5 패배를 안겼던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포스는 절대 아니다. 월드컵 성적도 기복이 있다.
여기에 조별리그 3경기를 멕시코 내에서 그것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치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거기에 한국은 참가한 48개국 중 7번째로 이동거리가 가깝다. 체력을 세이브하고 토너먼트에 나설 수 있다. 광활한 북중미 대륙을 오가며 체력을 소진해야 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 컨디션 조절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결론은 명확하다. 이번 조 편성은 단순히 ‘나쁘지 않다’ 수준이 아니라 조 1위를 하지 않아도 16강, 나아가 8강까지 넘볼 수 있는 근래 보기 드문 대진이다. 밥상은 차려졌다. 이제 그 밥상을 걷어차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것은 홍명보호의 몫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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