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닷컴과는 다르다… 순익 확실하고 대기업이 주도"
파이낸셜뉴스
2025.12.10 18:54
수정 : 2025.12.10 18:54기사원문
올해 美증시 16% 띄운 빅테크들
'거품론' 속 반대의견도 만만찮아
2000년대 닷컴보다 PER 낮아
엔비디아 등 고평가 우려 약화
전문가들 "글로벌 수요도 탄탄"
■AI 덕에 살아난 美 증시…거품 우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AI 기업들의 주가와 미국 증시가 거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증시 회복의 원동력은 엔비디아나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AI 관련 IT대기업(빅테크)의 약진이었다. CNBC가 측정한 7대 빅테크(매그니피센트7·M7) 주가 지수는 올들어 24.9% 상승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9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 상반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폭의 92%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정보처리설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등 AI 관련 투자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지표를 바탕으로 AI 시장이 2000년 닷컴 버블과 비슷하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인터넷 관련 기업의 난립으로 덩치를 키웠던 미국 증시는 2000년 3월에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시가 총액이 5조 달러 이상 증발하는 재난을 겪었다.
■AI 업계, 닷컴 기업과 달리 매출 확실
NYT는 AI 열풍이 닷컴 버블과 다른 이유로 우선 주가수익비율(PER)를 들었다. PER는 기업의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PER 값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주가가 순이익 대비 고평가되었다는 의미다. NYT는 S&P500 기업들의 지난 10년 동안 PER 값이 평균 22배 수준이지만 올해는 27배 수준으로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29배)와 비슷했다. 닷컴 버블 당시 대표적인 수혜주였던 시스코의 PER 값은 2000년 3월에 200배 이상이었다. AI 반도체의 선두주자로 S&P500지수 내 최대 기업인 엔비디아의 PER 값 역시 지난 2023년에 200배를 넘겼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AI 구동 반도체를 판매하면서 PER는 점차 내려갔다. 이달 엔비디아의 PER 값은 지난 1년 치 순이익 기준으로 45배 수준이다. NYT는 향후 1년 치 예상 순이익으로 계산하면 이 수치가 25배까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닷컴 버블 당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엄청난 주가에 반해 실제 매출이 보잘 것 없어 PER 값을 낮추지 못했다. 시스코의 주당 순이익은 1996년 0.15달러에서 2000년 0.36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엔비디아의 순이익은 2023년 회계연도 기준 44억달러에서 2025년 회계연도(1월 종료) 729억달러(약 107조원)로 약 16배 증가했다.
■대기업이 투자 주도, AI 수요 탄탄
NYT는 이날 AI 산업이 △대기업 주도 투자 △탄탄한 AI 수요 △ 규제 당국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기업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닷컴 버블 당시 상위 3대 기업이었던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의 기업가치가 최고점에서 각각 5000억달 수준이었으나 지금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만 4조5000억달러 이상이다. 비상장기업인 오픈AI를 비롯해 아마존, 메타플랫폼 등 여러 AI 기업들의 기업 가치를 합하면 2000년 미국 주식 시장 전체 가치(약 17조달러)를 뛰어넘는다.
세계 각국의 AI 도입 속도 역시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기술에 비해 매우 빠르다. AI 도입 속도가 초기 인터넷 보급 속도의 15~60배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다.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호재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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