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인재 60만명 부족"...자연계 1% 의대 쏠림에 이공계 '인재 절벽'

파이낸셜뉴스       2025.12.11 12:00   수정 : 2025.12.11 15:31기사원문
5년간 신기술 인재 58만명 부족
의대 쏠림에 이공계 이탈 심화 우려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5년간 국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서 최소 58만명의 인재가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의 77%가 의대에 진학하면서 과학기술 기반의 성장 전략이 심각한 인재난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발표한 'K-성장 시리즈(10): 이공계 인력부족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 분야에서 중급 인재 29만2000명, 고급 인재 28만7000명 등 총 58만여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AI 투자는 이미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알파벳), 오라클 등은 올해에만 약 5200억달러(약 765조원)를 AI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인재 수급 불균형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인재 부족의 원인으로 △미흡한 보상 체계 △낮은 직업 만족도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지적했다. 특히 의대 쏠림 현상이 이공계 고급 인재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학년도 자연계열 정시 상위 1% 중 의대 진학 비중은 76.9%로, 일반학과(10.3%)와 큰 격차를 보였다. 카이스트에서도 지난 2021~2023년 사이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182명에 달했다.

김인자 연구위원은 "전공 선택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이공계 진입 이후에도 의학계로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이 선결 과제"라고 진단했다.

국내 이공계 인력이 박사학위 취득 후 10년간 받는 평균 연봉은 9740만원인 반면 국내 의사 평균 연봉은 3억원에 달한다. 해외 취업 이공계 인력은 평균 3억9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만족도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AI·로봇 분야 종사자의 직업 만족도는 71.3%로 의사(79.9%) 대비 8.6% 낮았다. 이공계 신규 박사 중 30%는 미취업 상태이며 21.3%는 임시직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는 전 연령대에서 사실상 100%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 도입 △정부 매칭펀드·스톡옵션·장기 인센티브 확대 △대학-기업 협력 △산업형 박사후연구원 제도 △복귀형 해외 장학 프로그램 도입 등을 종합 대책으로 제안했다.

또 AI·첨단 기술 인재가 경력 단절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커리어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두뇌 유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0년 28위에서 올해 48위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스타 과학자 홍보, 연구자 처우 개선, 연구행정 간소화 등을 통해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AI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없다"며 "국내외 인재들이 신기술 분야로 몰릴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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