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에너지 심장 겨눴다…'돈줄' 카스피해 유전 첫 타격
뉴스1
2025.12.12 15:12
수정 : 2025.12.12 15:12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산업 심장부인 카스피해 유전을 처음으로 직접 타격했다. 정유소·송유관·유조선에 이어 해상 유전까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CNN은 우크라이나 보안국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을 이용해 카스피해 소재 해상 석유 시추 플랫폼을 공격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격화했다. 무력 분쟁 위치정보 데이터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8~11월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은 최소 77건으로, 그 이전 7개월간의 공격 횟수의 두 배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동일한 목표물을 반복적으로 공격해 복구를 지연시키고 가동을 멈추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방식의 공격은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인 타격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11월 석유 수출 수익은 약 110억 달러(약 16조 원)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재무부 또한 지난 1~9월 석유 및 가스 관련 수입이 전년 대비 22% 줄었다고 발표했다. 수익 감소는 러시아 내 연료 부족 사태로 이어져 일부 지역에서는 주유 대란이 일어났고, 러시아는 결국 휘발유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전략 변화 뒤에는 미국과 유럽의 암묵적 지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침략자의 본토를 공격하지 않고는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사실상 이 공세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정보 공유를 확대했다고 CNN은 전했다. 유럽 또한 우크라이나의 실패가 곧 자신들의 안보 위협이라는 인식 아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점도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더 적극적으로 용인하게 된 것이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전략가는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이런 움직임을 "러시아의 에너지 현금인출기를 닫으려는 체계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전쟁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과 기반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을 연일 강화하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상당한 충격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어 현 수준의 공격만으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어느 쪽이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느냐에 달린 인내심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올렉산드르 하르첸코 키이우 에너지산업연구센터 이사는 "러시아의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게 전쟁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서방의 제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이런 공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