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김에 빠르게 우경화하는 남미…힘 받는 '먼로 독트린 2.0'

파이낸셜뉴스       2025.12.16 04:57   수정 : 2025.12.16 04: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 우경화를 재촉하고 있다.

칠레 대선에서 14일(현지시간) 강경 보수 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공산당 후보인 헤아네테 하라 후보를 58%대 42%의 압도적인 지지율 격차로 따돌리며 승리한 것은 그 상징으로 해석된다.

볼리비아에서는 10월 대선에서 중도 우파의 로드리고 파스가 승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여당도 같은 달 중간 선거에서 압승했다.

카스트는 ‘칠레의 트럼프’,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있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남미 지도 하나를 올려놨다. 상단 절반은 좌파를 의미하는 붉은색으로, 하단 절반은 보수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칠해진 지도다.

밀레이는 “좌파가 후퇴하고 있고, 자유가 전진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슬로건인 “망할 놈의 자유여 영원하라”라는 문구도 올려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문자 글로 도배를 했다.

볼리비아에서는 마약 거래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회주의 운동(MAS) 정권의 20년 통치가 끝나고 우파에 정권이 넘어갔다.

온두라스에서는 개표를 둘러싼 논쟁 끝에 중도 성향의 살바도르 나스라야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개표 초중반에는 보수 성향의 나스리 아스푸라가 선두를 유지할 정도로 보수파가 높은 득표율로 집권 희망 가능성에 다가갔다.

아스푸라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강력한 지지세를 확보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남미에서 우파가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칠레 대선에서 승리한 카스트와 아르헨티나의 밀레이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식의 반이민, 강력 범죄 대응,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카스트 지지자들은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이 써진 모자를 쓰고 유세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남미 우경화는 트럼프의 이른바 ‘먼로 독트린 2.0’이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미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의 외교정책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더 이상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의 입김이 세진 남미를 미국의 영향권에 다시 끌어들이고, 마가(미국을 더 위대하게)에 준하는 파트너를 남미에서 확보해 미국의 지배적인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국가안보 전략에서 먼로가 그랬던 것처럼 서반구(중남미)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공식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의 좌파 정부를 마약 차단을 명분으로 압박하고 있다.

‘마약과 전쟁’이 실상은 중남미 좌파 정권을 흔들고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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