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AI 활용 윤리적 기준 확립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12.16 18:20
수정 : 2025.12.16 19:31기사원문
일본의 많은 대학들은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과목만이 아니라 그 학기 전체의 학점을 취소하는 등 엄격히 제재한다. 그러나 과제나 논문 작성에 관련해서는, 어떤 범위까지의 AI 이용을 부정으로 간주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대학들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AI 이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데다 적절한 활용은 오히려 장려해야 할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의 부적절한 이용 문제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만 AI를 부당하게 활용해 작성된 논문이 게재 철회된 사례가 2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시점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대학들은 그 근간인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AI 활용의 윤리적 기준을 확립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픽사의 영화 '월-E'에서 인류는 거대 우주선 엑시엄호에 거주하며 로봇과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영화는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달콤함 속에서 인간의 능력과 주체성이 어떻게 상실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학창 시절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창의적 사고력과 지적 역량을 기르는 시기이다. 그 핵심을 안이하게 AI에 맡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사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하는 창조의 위대함과, 노력이라는 인간 고유의 아름다운 재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대학 역시 가이드라인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수 개인의 재량에 맡기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오히려 부적절한 AI 이용을 묵인 내지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AI 시대의 윤리와 책임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무분별한 AI 의존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를 구성원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용훈 일본 도시샤대학 상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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