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독일 자동차 산업, 강건너 불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7 18:31
수정 : 2025.12.17 21:09기사원문
자동차 3사 3분기 순익 75% 감소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도 철회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대변혁기에 직면해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재편되어 가는 과정에서 일시적 캐즘(수요 정체)에 빠져 있다. 기술변혁이 일어날 때는 언제나 시장 주도자들의 위치가 바뀐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면서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사라진 것이 그런 사례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 가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술혁신을 주도하지 못하고 뒤처지면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 영원한 강자는 없는 것이다. 자동차의 발상지이자 발명한 곳인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조차 존속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16일 창사 88년 만에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EU의 자동차 정책 전환은 중국산·미국산 전기차의 시장 장악에 대한 대응책이다. 전기차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경우 유럽 자동차 산업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 전기차는 유럽 전기차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10월 대당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전격 폐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U의 이런 결정은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한발 뺀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기름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차 생산중단은 친환경정책의 일환인데, 탄소저감에 앞장선 EU가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잘 버티고 있는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지만, 독일을 비롯한 EU의 자동차 산업 동향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처해야 한다. 주요 산업에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은 전기차로 급속히 시장이 이동할 경우 자동차 산업에서도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과 혁신에 매진하면서 내연기관차 시장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혁신이다. 기술이란 비단 배터리나 내연기관만은 아니다. 주행능력은 물론 디자인이나 안전도 기술이다. 중국 등 경쟁국들이 따라올 수 없는 혁신을 지속해야 자동차 강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한국의 탄소저감 정책은 너무 속도가 빠르다. 최대 탄소배출국인 미국이나 중국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우리만 앞서갈 이유가 없다. EU도 내심 탄소중립을 주도한 것을 취소하고 싶을지 모른다. 친환경에 앞장서다 산업을 스스로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늑장 대응하다가는 자칫 독일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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