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10대 소년 유가족, 메타 상대 소송…"미성년 성착취 방치"

파이낸셜뉴스       2025.12.19 11:01   수정 : 2025.12.19 10:47기사원문
인스타 가입 48시간 만에 범죄 노출 "메타, 사내 안전팀 요청 묵살"

[파이낸셜뉴스] SNS에서 성착취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영국의 두 10대 소년 유가족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NBC·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레비 마시에예프스키(사망 당시 13세)와 영국 스코틀랜드의 머리 도위(사망 당시 16세)의 유가족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장에 따르면, 이들 두 미성년 피해자는 각각 지난해 8월와 2023년 12월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근한 범죄자들의 이른바 '섹스토션' 협박에 시달렸다.

섹스토션은 성(sex)과 갈취(extortion)의 합성어로, 주로 또래 이성을 가장한 가짜 계정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성적인 사진을 확보한 다음 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 수법이다.

특히 레비는 인스타그램에 가입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이 같은 일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비가 범죄자들에게 요구 받은 금액은 300달러(약 44만원)에 불과했지만, 아직 어렸던 레비는 수중에 37달러밖에 없었으며 돈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몰라 전전긍긍했다.

메타가 청소년 안전에 신경 쓴다는 홍보 내용을 믿고 레비의 SNS 사용을 허락했다는 어머니 트리샤는 "아들이 죽기 전까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인스타그램에서 10대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소장에서 "인스타그램이 미성년자의 팔로워 목록을 낯선 사람에게 노출하도록 설계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메타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사내 연구진이 미성년자 계정을 '기본 비공개'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메타의 성장팀이 "미성년자 계정을 기본 비공개로 전환하면 미성년 월간 이용자가 150만명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서자, 경영진이 이를 따랐다는 것이다.

소장은 "메타가 2020년 8월 10대 이용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비공개 전환 기능을 폐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도 언급했다. 또 "메타 내부 조사 결과 13∼15세 이용자의 약 13%가 낯선 사람에게서 원치 않는 성적 접근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두 유가족을 변호하는 매슈 버그먼 변호사는 "이는 사고가 아니라 메타의 의도적 설계에 따라 예견된 결과"라며 "메타는 미성년자의 안전보다 이익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메타 측은 성명을 통해 "섹스토션은 끔찍한 범죄"라며 "범죄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법 집행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메타는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청소년 계정을 기본 비공개로 전환하고 부모가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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