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3번 바뀐 빨대 정책, 울고 싶은 자영업자

파이낸셜뉴스       2025.12.19 14:56   수정 : 2025.12.19 14: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카페 매장에서 일회용 빨대를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 100~200원의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이다.

빨대 정책은 3년 만에 세 차례나 바뀌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서 1년의 유예 기간을 뒀고, 1년 뒤인 2023년에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유예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사실상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종이와 플라스틱 등 모든 빨대를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하도록 방향을 바꿨다. 일회용 종이컵 관련 정책 역시 사용 금지, 금지 철회, 비용 부과 검토 등으로 갈지자(之) 행보를 보여 왔다.

일회용품 사용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당국이 정치 논리와 환경단체의 주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때그때 다른 논리를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 2023년만 해도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가 자영업자 등 특정 부문에 과도한 희생을 강요해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만에 ‘탈(脫)플라스틱’을 명분으로 다시 빨대 규제와 컵 값 별도 부과 방안을 들고나왔다.

당장 내년부터 카페에서 고객이 원할 때만 빨대를 제공하게 되면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출근 시간대나 점심시간처럼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매장에서 일일이 요청 사항을 확인해야 해 점주와 소비자 모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버블티처럼 빨대 없이 마시기 어려운 음료를 판매하는 매장에서도 빨대를 비치하지 못한다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책 방향이 일부 금지와 전면 규제로 바뀔 때마다 빨대 제조업체는 공장 설비와 원재료를 다시 바꿔야 한다. 일회용 컵 추가 비용 부과 방안 역시 컵 재활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매장에서 컵을 판매만 하고 회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상 음료 가격 인상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빨대 규제로 환경보호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빨대 대신 사용이 늘어난 플라스틱 컵 뚜껑은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친환경 정책으로 자원만 낭비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환경보호라는 명분 아래 번복돼 온 일회용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빨대와 컵 규제는 현장의 혼란과 비용 부담만 키웠고 정책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카페 운영과 제조업의 현실을 외면한 채 탁상에서 만든 규제는 지속되기 어렵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제조업계, 소비자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현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정책만이 환경과 민생을 함께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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