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소비 부담에도 美 성장 견조…감세 효과 0.4%p

파이낸셜뉴스       2025.12.21 12:00   수정 : 2025.12.21 12: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내년도 미국 경제는 고용 여건 악화로 소비 둔화 우려가 있지만, 대규모 감세와 금리 인하,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등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제 여건을 반영해 금리는 내년 중 한두 차례 추가 인하된 뒤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19일(현지시간) '2026년 미국 경제 전망'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미국 경제의 양호한 성장 흐름과 함께 관세 영향에 따른 물가 동향, AI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감세정책 등 견고한 성장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GDP)을 2.0% 수준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용 사정 악화에 따른 소비 둔화를 꼽았다. 전광명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은 "이민 제한 정책에 따른 노동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높아진 관세에 대응해 노동비용과 마진을 축소하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은 4% 중반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의 핵심 축인 소비 여력은 임금 상승 폭 둔화와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관세 관련 불확실성 완화와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 효과 등으로 고용 여건이 개선될 경우 소비도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대규모 감세는 내년 GDP를 0.4%p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기업 투자는 감세 효과 등에 힘입어 가파른 확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 소장은 "감세 정책은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높여 AI 이외의 분야에서도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2차례로 전망됐다. 주요 10개 투자은행 가운데 6곳은 2회 인하, 2곳은 3회 인하를 예상하는 등 총 8개 기관이 연준 전망보다 정책금리 인하 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전 소장은 "연준은 내년 1회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는 민간보다 보수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물가 최고점

관세 영향에 따른 물가 상승은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은 뒤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올해 1월 2.3%에서 11월 현재 15.4%로 크게 상승했다. 현재까지 물가에 반영된 관세의 가격 전가율은 20~40%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37%,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8%,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35%, JP모건은 20~30%로 각각 분석했다. 각 기관은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100% 전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종 가격 전가율은 60~7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향후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등으로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경우 기업 이익이 축소되고, 이는 고용 여건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확산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최근 AI가 미국 경제 성장에는 긍정적이지만, 고용에는 상당한 구조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한 바 있다.

현재 AI 확산의 영향은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전체 고용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다만 AI로 인한 구조적 실업이 장기간 확대되는 등 고용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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