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오른 환율이 키운 ‘RWA'... 금융권, 자본비율 관리 부담 직면
파이낸셜뉴스
2025.12.21 18:18
수정 : 2025.12.21 18:17기사원문
가만히 있어도 갚을 돈 늘어나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부담 작용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급등했던 환율은 올해 6월 평균 1365.15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7월 1376.92원으로 반등한 뒤 8월 1389.86원, 9월 1392.38원에 이어 10월(1424.83원)에는 1400원을 넘겼고, 11월 1460.44원으로 올랐다. 이달에도 지속 오르며 지난 19일 1476.3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 가치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외화자산·외화부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수출금융과 해외 거래 지원을 위해 외화를 조달해 영업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 비중이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가만히 있어도 달러 부채의 원화 환산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RWA 증가 압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오를수록 자본 대비 위험 규모가 커지고,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달러 값이 뛰면 은행의 RWA 증가 압력은 구조적으로 커지고, 건전성에도 영향을 준다. RWA는 자본비율 산정의 분모로 작용, RWA가 증가할수록 자본 대비 위험 규모가 커지고 건전성 지표는 낮아진다. 은행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1~3bp(1bp=0.01%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CET1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손실을 흡수하는 핵심 자본으로, 부채 성격이 없는 보통주와 이익잉여금 등으로만 구성돼 은행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RWA 상승은 금융사의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생산적 금융은 중소·중견기업, 신산업, 해외 인프라·수출금융 등 위험가중치가 100% 이상인 고RWA 자산 비중이 높아 자본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고환율 환경에서는 동일한 규모의 생산적 금융 확대가 과거보다 CET1 비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진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RWA 증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까지 확대하면 자본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며 "여기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금과 자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 여력이 상당히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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