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모발 이식했는데… ‘생착률’ 낮으면 꽝?
파이낸셜뉴스
2025.12.24 14:46
수정 : 2025.12.24 14: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탈모 환자에게 모발 이식은 최후의 보루이며 동시에 전세를 역전할 최종 병기와도 같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모발 이식을 한다고 모두 풍성한 머리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발 이식 후 ‘생착률’이 낮으면 모발 이식을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과연 모발 이식이라는 확실한 방법을 면전에 두고도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생착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생착률을 높일 방법은 없을까?
편집자 주: 모발 이식은 외과적 기술과 심미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복합적인 수술입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저렴한 수술비로 환자를 현혹하여 마구잡이식 수술을 일삼는 병원도 많습니다. '이승용의 두른자' 코너에서는 모발 이식 수술 전문가 이승용 원장이 모발 이식, 혹은 모발 이식 재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학적 정보와 모발 이식 학회의 트렌드를 제공합니다. 이승용 원장의 콘텐츠는 파이낸셜뉴스와 유튜브 <모아시스>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모발 이식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
탈모 환자들은 각종 탈모약과 탈모 건강 식품, 탈모 보조 치료가 신물이 날 때쯤 칼을 꺼내는 심정으로 모발 이식을 선택한다. 사실 모발 이식은 전신 마취를 하는 수술도, 수술 후 부작용이 높은 확률로 나타나는 수술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발 이식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모발 이식은 탈모 유발하는 호르몬으로부터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후두부에서 모발을 채취한다. 이후 탈모가 진행되는 전두부(헤어 라인, M자 라인이라고도 부른다)에 이식하거나 정수리에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후두부에서 채취할 수 있는 모발의 수, 즉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것. 따라서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재수술 여부가 불확실하다.
물론 탈모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모발 이식을 소량만 진행했다면 아직 후두부 모발의 양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을 수 있지만 모발 이식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케이스는 탈모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고, 후두부에서 채취하는 모발의 양도 상당하므로 여러차례 수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운이 좋을 때도 모발 이식 수술은 최대 3회까지만 할 수 있다.
모발 이식의 성패를 좌우하는 ‘생착률’
모발 이식에는 자연스러운 디자인과 적절한 모발의 밀도 등도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디자인과 밀도가 원하는 만큼 잘 구현되었다고 해도 ‘생착률’이 떨어진다면 모발 이식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생착률은 쉽게 말해 이식한 모발이 얼마나 살아남아 잘 자라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모발을 채취해 뿌리 부분인 모낭을 분리하고 보관, 이식, 회복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시스템이 안전하고 치밀하게 작동해야 생착률을 높일 수 있다.
모발 이식에 관여하는 의료진의 숙련된 ‘손기술’
제아무리 의료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수술이다. 따라서 모발 이식 역시 의료진의 숙련된 ‘손기술’이 생착률을 높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손기술은 모발을 채취할 때 모낭을 손상 없이 안전하게 채취하는 과정, 전문 분리팀이 고배율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통해 모낭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분리하는 과정 등 여러 과정에 있어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이식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예로 정수리는 사람마다 고유의 모발 방향(가마)이 있는 것은 기본, 모발의 각도와 방향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이식하면 가발을 붙인 듯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정수리의 중심부에는 수직에 가깝게 이식하되 정수리에서 점차 멀어질수록 모발을 눕혀가며 각도와 깊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모발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혈류가 차단되어 오히려 생착률이 떨어질 수 있다. 일정한 ‘숨 틈(spacing)’을 주는 것 역시 의료진의 숙련된 손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발 이식 생착률 높이는 방법
모발 이식 직후에는 미세한 출혈이 지속될 수 있고, 약 6일 간 부종과 딱지가 생긴다. 딱지가 떨어지며 가려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식부터 딱지가 떨어지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된다. 이 시기에는 모발 이식 부위를 만지거나 긁는 등 수술 부위를 자극하게 된다면 애써 이식한 모발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다. 이 시기에는 손으로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머리를 감는 것도 금지다. 거품을 살짝 올려 물로 씻어내거나 병원에 방문해 샴푸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다.
흡연, 음주는 가장 멀리해야 할 것 중 하나다. 흡연은 혈류를 방해하고 음주는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두피가 화끈거릴 만큼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거나, 에어컨, 히터 등 실내 냉낭방기의 바람을 직접적으로 장시간 쏘이는 것도 두피의 컨디션을 떨어뜨릴 수 있다.
대신 비타민 D나 아연, 단백질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영양소들은 면역력을 끌어올려 회복을 돕고 모발의 성장에 부스터 역할을 한다.
모발 이식 후 1개월쯤 되면 하나 둘 이식한 모발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는 묵은 모발을 밀어내고 새로운 모발을 준비하는 시기로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이식한 모발 대부분이 빠질 준비를 마친다. 이후 빠지고 자라기를 반복, 12개월이 지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풍성한 헤어라인을 가질 수 있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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