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사장 권한 대신하면 진짜사장"…원·하청 설비·전산 연동시 인정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2025.12.26 10:48
수정 : 2025.12.26 10:48기사원문
개정 노조법 지침 쟁점①
사용자성 인정 여부
구조적 통제, 경제적 종속성 등 기준으로 제시
의제별 사용자성 판단
"공공부문, 법 따른 집행은 교섭 대상 아냐"
"다만 정부 재량권·자율성 여부 따라 사안별로 판단해야"
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원·하청 설비·전산 연동, 인정될 가능성 ↑
첫 번째 판단 기준은 구조적 통제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임금·근로시간·휴식·복리후생·안전 등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청 사용자가 하청의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의 수, 자격, 기능 등 인력 운용의 틀을 지정·변경하고 있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 교대제·근로시간 개입, 원청 인사노무 시스템 공유 여부 등도 구조적 통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하청 간 생산라인·작업관리 시스템·설비 등이 연동돼 있다면 구조적 통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부는 “원·하청 생산라인 등이 연동된 경우와 같이 원청과 하청의 업무가 단계별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거나 작업공정이 상호의존적인 경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반면, 수급인이 독립된 설비를 갖추고 있거나 완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통상적인 물량도급 관계의 경우에는 구조적 통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급계약 자체가 구조적 통제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반 도급계약 관계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계약이행 내용·절차에 관해 요구하거나 협의·조정하는 것은 계약상 관리범위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해석이다. △납기 및 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발주서 등에 따른 작업이행 요구 등이 여기에 해당하고, 이들은 구조적 통제와 구별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조건 변경, 납기·품질 조정 등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은 모호한 지점으로 남는다.
노동부는 구조적 통제 보완 지표로 ‘원청의 사업 편입’, ‘경제적 종속성’ 등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 사용자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돼 있거나, 전속계약 해지 시 하청기업의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등 경제적으로 종속된 경우에는 원청이 하청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의 판단에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임금·복지·근로시간 의제별 판단 원칙
아울러 노동부는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의제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지침에 담겼다.
예를 들어, A라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노동안전 분야에선 인정되지만, 임금·수당 분야에선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 방식이다.
노동안전 분야에선 원·하청 근로자의 근무장소가 같거나, 시설·장비 관리 책임이 원청에 있으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근버스·휴게시설 등 복리후생 분야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복지 사용 기준을 설정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시, 근로시간 분야에선 생산계획·작업일정·근로시간·휴게시간·연장근로 등에 관여하거나 승인할 시 사용자로 볼 여지가 커진다.
임금·수당은 원청이 하청 투입 근로자 수, 근로시간 등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 각종 수당 기준을 직접 제시할 시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도급인이 평균적인 임금 수준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잠정 인원을 활용해 도급 총액을 정하는 행위만으론 사용자성 인정 여지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 원청의 개입이 없고, 하청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임금 수준 등을 결정해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가정이 붙는다.
공공부문, 정부 재량·자율성 등 종합 검토해야
공공부문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해당 분야에서의 정부의 재량권·자율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노동부는 “법령·조례나 국회에서 예산 심의·의결로 정한 기준을 정부가 집행하는 경우, 이는 국민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 내용·수준과 관련된 공공정책의 결과로서 개별 노사 간 교섭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면서 “다만 정부가 예산 집행 과정에서 실제로 구체적인 근로기준을 정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는지 여부, 현장 운영기관이 근로조건의 결정 자율성을 갖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 사안별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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