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서훈·박지원 등 文정부 안보라인 전원 무죄
파이낸셜뉴스
2025.12.26 17:00
수정 : 2025.12.26 17:00기사원문
법원 "절차·내용 모두 위법 단정 어렵다"…25개 공소사실 전부 기각
[파이낸셜뉴스]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격 사건을 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망인의 실종 및 피격·소각 확인 및 조사 과정의 절차적 위법 여부 △월북 판단 및 그 근거의 허위성 여부 등 두 갈래로 나눠 살펴본 뒤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사건 발생 뒤 보고 및 조사 과정에 대한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에 대한 실종 보고, 피격·소각 사실의 보고 및 전파, 국가안보실·국방부·국정원의 대응, 해경 수사 및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하거나 지휘 체계를 벗어났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 결과와 판단 과정이 문서로 남아 있고, 이를 은폐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다.
당시 사건에 대한 보고서와 보도자료 내용이 허위였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후적으로 보아 판단이 성급했다거나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가능하나, 이를 두고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한 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이를 어기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월북 몰이 의혹'의 경우 "판단의 시기에 있어 성급하고 섣부르거나 내용에 있어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나 비판을 가할 수는 있어도 미리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끝으로 '망인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당국의 판단과 그 제시 근거가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판결은 망인이 월북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지 검사가 제시한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으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직후 서 전 실장은 취재진에게 “재판부가 있는 그대로 실체적 진실을 잘 판단해주셨다고 본다"며 "애초에 이 사건은 지난 정권과 검찰이 무리하게 진행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도 "저희를 믿어준 국민과 현명한 심판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정치검찰과 국정원이 되지 않기 위해 더 개혁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반면 망인의 형 이래진씨는 해상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면서 "판결에 대해서 납득하기도 의문이 들고 좀 황당무계한 판결문이었다"며 "앞으로 이부분에 대해 어떻게 싸워야 될지, 어떻게 재판을 해야될지 변호사님과 여러 전문가들과 종합적 판단을 해볼 생각이다"라고 반발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망인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으로, 정권 교체 이후인 2022년 6월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관련자들이 기소됐다.
서 전 실장은 망인이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과 해경에 '보안 유지'를 지시해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김 전 청장은 허위 자료 배포 혐의를,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노 전 실장은 관련 문건 삭제 등에 동조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청장과 노 전 실장에게도 각각 징역 3년,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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