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부터 한방 난임·주치의 논쟁까지..의료계 vs 한의계 갈등 고조

파이낸셜뉴스       2025.12.28 14:44   수정 : 2025.12.28 14:43기사원문
의료계 "한방 난임치료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
한방 주치의 대해서도 "한의사 포괄진료 못해"
한의계 "충분한 임상 사례와 성과 이미 축적해"
"의료기기 사용 성과, 환자 선택권 확대 필요해"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최근 한방 난임 지원사업과 한의사 주치의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의사와 한의사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이어 정부 추진 정책에 대한 찬반이 명확하게 엇갈리면서 절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한방 난임사업과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의사를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책이라고 날을 세우며 전면적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방 난임 지원과 한의 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한의약 표준화·과학화는 요원한 상황에서 혈세만 낭비하고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방 난임 치료는 대규모 임상·장기 추적연구가 없고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치의 제도는 당뇨·고혈압 등 예방·관리 중심의 포괄 진료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를 한의사가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의사를 대표하는대한한의사협회는 이에 반발하며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한의협은 “한의난임사업이 다년간 시행되며 충분한 임상 사례와 성과가 축적됐다”며 정부가 난임 부부의 선택권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의 난임 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 갈등은 한방 의료기기 사용 논쟁과도 연결된다. 최근 한의계가 현대 의료기기의 한방 진료 사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협이 “비의료인 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안전 문제와 직역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방 진료 범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한계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단지 한방 정책의 유무 문제가 아니라 직역 간 역할과 안전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놓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한 직역 갈등을 넘어 근거 기반 정책 수립과 보건·의료 서비스 선택권 간의 충돌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의협은 과학적 검증, 안전성 확보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반면, 한의협은 현장 성과와 환자 선택권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복지부는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고 객관적 근거 중심의 정책 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 건강과 의료제도 신뢰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와 정책 효과를 균형 있게 살피는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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