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인정하고도 복직 배제는 위법…법원 "갱신기대권 1회 전제 안 돼"
파이낸셜뉴스
2025.12.29 11:09
수정 : 2025.12.29 11:09기사원문
중노위, 임금만 지급하고 복직은 불허
"계약 갱신 반복 가능성 배제 못 해"
[파이낸셜뉴스]부당해고를 인정받은 계약직 근로자에게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직 복직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임금 지급만 명령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1회로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계약직 지휘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10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A씨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이 후임으로 채용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양측 모두 "정년퇴직 처리는 정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함에도 그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A씨에게 이를 적용할 수 없다"며 중노위 판단을 취소했다.
기존 판정이 취소되자, 지난해 6월 중노위는 A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면서도 원직 복직 대신 '갱신됐을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임금 상당액 지급'만을 명령했다. 갱신기대권은 1회에 한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A씨는 재차 중노위 판단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다시 한번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와 B악단 사이의 근로계약이 한 차례만 갱신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갱신기대권이 1회에 한해 인정된다는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B악단의 계약 운영 방식에 주목했다. 규정상 직책 단원의 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정 기준이 존재하지만, A씨의 근무태도나 직무수행능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또 "A씨의 기존 근무태도, 징계전력, 단원과의 관계, 근로자간의 인화 등의 측면에서 이 사건 근로계약이 한 차례만 갱신됐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 또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A씨가 맡았던 지휘자 직무의 특성상, 단순히 연령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후임자가 A씨보다 고령이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B악단 측은 2020년 7월 내부규정을 개정해 계약기간 만료 시 공개경쟁채용을 하도록 바꿨다며, A씨에게는 더 이상 갱신기대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규정이 A씨 해고 이후에 만들어진 만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악단은 A씨와의 근로계약이 한 차례를 넘어 반복돼 갱신됐을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만한 합리적인 사정에 관해 제대로 주장·증명하지 못하고 있고, 막연히 근로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될 경우 A씨에게 종신직이라는 부당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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