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통합 넥타이' 청와대 출근…첫 일정 지하벙커서 안보 점검
파이낸셜뉴스
2025.12.29 16:20
수정 : 2025.12.29 17:28기사원문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서 집무 시작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1330일 만에 청와대 복귀
대통령실 명칭도 청와대로 공식 변경
취임식때 맨 '통합 넥타이' 다시 착용해 '통합 강조'
참모들과 차담회, 국가위기관리센터 찾아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3분쯤 대통령 전용 차량을 타고 청와대 정문을 통과했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 수십 명은 "이재명 파이팅"을 외쳤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차량에서 내리자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왜 나와있어요? 아, 이사 기념으로?"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 대통령 관저 보수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이 대통령은 당분간 기존의 한남동 관저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할 예정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청와대 복귀로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찾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검은색 코트에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이 섞인 이른바 '통합 넥타이'를 매고 청와대로 출근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6월 4일에도 빨강과 파랑, 흰색이 배색된 넥타이를 매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에도 동일한 넥타이를 착용했다.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근 직후 이 대통령은 본관에서 참모들과 아침 차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과 업무 계획을 보고받았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올해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흘러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또 민정수석실은 마약, 스캠, 온라인 도박,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초국가범죄 태스크포스(TF)' 출범 계획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 현황을 함께 국민에게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 후 첫 현장 점검으로 국가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했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 위치한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위기 상황을 상시 감시·대응하는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로, 이번 청와대 복귀를 계기로 시설을 정비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시설 개선 공사 기간에도 안보·재난 관련 시스템을 중단 없이 가동해 온 센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한 뒤 "국가 위기 상황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러분의 손에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만큼 365일 24시간 철저히 근무해 달라"고 당부했다.
센터 점검을 마친 이 대통령은 여민1관 집무실에서 주한 베냉공화국 대사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재가하는 등 첫 결재도 진행했다. 앞으로도 이 대통령은 본관과 여민관에 설치된 집무실 중 여민관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의 사무실 역시 여민관에 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본관이 아닌 '백성과 함께한다'는 뜻의 여민관을 집무 공간으로 택한 것은 국민과 함께 국정 운영의 과정을 공유하겠다는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을 보여준다"며 "청와대 복귀를 통해 과정이 투명한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은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춘추관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인사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건넸다. 또 "불편 사항이 있으면 홍보소통수석에게 말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계엄 옹호' 논란과 관련해 "내란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보다 충분히 소명하고 단절의 의사를 더 명확히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강 대변인은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원내에서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인 만큼 의사 표명을 하는 것은 조금 더 거리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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