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도 상속재산일까?

파이낸셜뉴스       2025.12.30 09:50   수정 : 2025.12.30 09:50기사원문

피상속인의 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

“아버지가 남긴 보험금, 우리 형제들이 나눠야 하는 거 아닌가요?” 상속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문제로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속재산분할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법에 따라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나눌 수 있는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법률전문가들도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혼동하곤 합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첫걸음은 “얼마를 나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나눌 수 있느냐”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이 구별이 명확해야 공정한 분할이 가능하고 가족 간의 분쟁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알아서 재산을 찾아주지 않는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때 “피상속인의 재산 전체를 적절히 나누어 달라”라고만 써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지정한 재산에 대해서만 분할심판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분이 부동산 두 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 채에 대해서만 청구취지에 포함시킬 경우 나머지 부동산은 다음에 다시 분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법원이 알아서 모든 재산을 찾아 나누어주는 일은 없습니다. 상속재산을 제대로 특정하지 않으면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자체가 ‘각하’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재산을 조사해 주는 기관’이 아니라, 청구인이 특정한 재산만 분할하여 주는 곳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보험금, 상속재산일까 아닐까?

상속에서 가장 자주 오해받는 재산 중 하나가 ‘생명보험금’입니다. 만약 돌아가신 분이 본인을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로 지정했다면, 그 보험금은 피상속인의 재산이 되어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보험수익자가 가족 중 한 사람으로 지정된 경우 그 보험금은 수익자를 위한 돈으로 간주되어 상속인의 고유재산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보험계약에서 수익자로 큰아들을 지정했다면, 아버지 사망 후 그 보험금은 큰아들의 고유재산이 되며 다른 형제들과 나눌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피상속인이 타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해둔 상태에서 먼저 사망했다면 그 보험금을 받을 권리는 상속재산이 아닙니다. 상법 제733조 제3항은 보험수익자가 사망하면 보험계약자가 새로 지정할 수 있고, 지정하지 않은 채 사망하면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그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족급여, 손해배상채권, 양육비채권 등 무엇이 분할대상일까?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교직원연금 등에서 지급하는 유족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로 유족의 생활을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피상속인의 재산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족급여는 수급권자의 고유한 권리로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피상속인이 생전에 갖고 있던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의 허락 없이 부모의 재산을 처분했다면 부모에게는 그 자녀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생기며 이는 상속재산으로 남습니다.

또한 양육비채권이나 부양료채권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일신전속적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과 함께 소멸합니다. 하지만 이미 법원 판결이나 조정을 통해 구체적 지급청구권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나눌 것인가’

상속은 결국 ‘나눌 대상’을 명확히 하는 일입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을 빠짐없이 찾아내야 하고 상속인 개인의 고유재산을 억지로 분할대상에 포함시켜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청구인이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기 때문에 상속재산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청구취지를 명확히 작성해야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결국 상속재산분할의 진짜 시작점은 “무엇을 나눌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공정한 상속의 첫걸음이자 가족 간 평화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Q&A로 풀어보는 상속 궁금증>

Q1. 아버지가 보험료를 냈지만 보험수익자가 동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나눌 수 있나요?

A. 보험수익자가 명확히 지정되어 있다면, 해당 보험금은 수익자의 고유재산입니다. 즉,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다른 가족이 나누자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단, 수익자 지정이 불명확하거나 법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 계약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2. 유족연금은 상속재산인가요?

A. 유족연금이나 공무원연금법·군인연금법상 유족급여는 상속재산이 아닙니다.

이 급여는 ‘유족의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적 급여이므로 지급받는 사람의 고유한 권리로 인정됩니다.

Q3. 부모님 생전에 형제가 부모님 재산을 팔았다면 그 권리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A. 상속인 중 일부가 부모님 동의 없이 재산을 처분했다면 피상속인은 해당 상속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집니다. 이러한 권리는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므로 분할 대상이 됩니다.

Q4. 이미 양육비나 부양료가 판결로 확정된 상태라면 어떻게 되나요?

A. 양육비나 부양료는 원래 일신전속적인 권리라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사라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미 법원 판결로 구체적인 지급액이 확정된 경우 그 지급청구권은 상속재산이 되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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