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남들 돈 잔치할 때 '정곡'만 찔러 들어간 '닌자종열' 매직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0:00
수정 : 2025.12.31 10:49기사원문
돈 잔치 속 빛난 '닌자' 이종열의 가성비 매직
외국인 디아즈, 후라도, 맷매닝, 미야지 유라로 강력한 포진 구성
최형우 영입으로 지뢰밭 타선 구축
강민호, 박세혁, 장승현 잡으며 2년 간은 포수 왕국
선발 7명 LG와 양강 이루는 우승후보 평가
[파이낸셜뉴스] 돈을 쓴다고 다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잘' 쓰느냐가 핵심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진정한 승자는 수백억을 쏟아부은 팀들이 아니다.
이종열 단장의 별명인 '닌자'다운 행보다. 남들이 100억, 180억을 외칠 때, 삼성은 단 72억 원(FA 4명 총액)으로 스토브리그를 끝냈다.
두산이 총 186억을 지출했고, kt가 한승택, 최원준, 김현수를 영입하며 108억을 썼다. 한화가 강백호를 영입하며 총액 100억을 썼고, LG가 65억, KIA가 양현종과 이준영에게 총 57억을 썼다.
삼성의 72억은 두산이 쓴 186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체감 전력 상승폭은 10개 구단 중 가장 낫다는 평가다.
낭만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삼성의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이라는 두 글자에 가까워져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강력한 타선이 주는 이점은 절대적이다. 투수가 무너져도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는 득점 지원. 내년 삼성 타선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이재현-김성윤-김지찬 등 으로 이어지는 기동력과 컨택 능력, 그 뒤를 받치는 구자욱-르윈 디아즈-최형우의 클린업 트리오는 파괴력 면에서 이견이 없는 리그 최강이다. 여기에 '신형 거포' 김영웅과 '안방마님' 강민호가 그 뒤를 받친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피해갈 곳이 없다. 1번부터 9번까지 지뢰밭이다.
특히 '왕조의 심장' 최형우의 귀환은 단순한 전력 보강 그 이상이다. 그는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구자욱과 김영웅 등 후배들에게 전수 될 '우승 DNA'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이종열 단장의 이번 스토브리그 컨셉은 명확했다. '모험'보다는 '확신'이다. 또한, 크고 길게 보다는, '짧고 굵게 당장 내년만' 바라봤다.
모든 전력을 1년에 응집시켰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남들이 대형 FA를 볼때 집요하게 은퇴를 앞둔 최형우에게 달라붙은 것이 그 증거다.
삼성은 최형우에게 100억 FA 그 이상의 정성을 쏟았다. 아무도 최형우의 이적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 화제의 반전 이적이 최형우인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을 보자. 170만 달러에 잔류시킨 아리엘 후라도는 이미 검증이 끝난 에이스다. 여기에 MLB 1라운더 출신 맷 매닝이 가세했고, 일본인 파이어볼러 미야지 유라가 뒷문을 지킨다.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포수 뎁스도 완벽하게 해결했다. 주전 강민호를 2년 더 붙잡았고, 박세혁(트레이드)과 장승현(2차 드래프트)을 영입했다. 포수쪽에서 체력 안배는 물론, 부상 변수까지 완벽하게 지웠다. 2년 동안은 안방 걱정 없이 야구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완벽해 보이는 삼성에게도 불안 요소는 있다. 마무리다. 지난 시즌 삼성은 팀 세이브 25개로 리그 최하위였다. 뒷문 불안은 시즌 내내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불펜 뎁스는 냉정하게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
우승을 하기 위한 '클로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김재윤이 뒷문을 맡게 되겠지만, 우승팀 클로저로서는 무게감이 약하다. 이종열 단장과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반드시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다.
이 단장은 "일단 추가적으로 불펜 투수의 영입을 관망하며 지켜보겠다"라며 살짝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범수, 홍건희 등을 의식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삼성의 무브먼트는 상당히 실용적이고 또 날카롭다.
이종열 단장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필요한 선수는 잡았고, 부족한 포지션은 대부분 채웠으며, 팬들의 향수(최형우)까지 자극했다. 이 모든 것을 합리적인 가격에 해냈다. 오버페이는 하지 않았다. 팬들이 그를 '닌자'라 부르며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삼성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4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났다.
2026년 시즌을 앞둔 지금, 삼성 라이온즈는 더 이상 '도전자'의 입장이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 예상은 LG와 함께 양강을 이루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효율과 낭만으로 무장한 사자군단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12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결과는 감독의 역량과 운 등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단장의 시간은 이제 끝났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서 '닌자' 이종열 단장에게 팬들이 부여하는 이번 스토브리그 점수는 이미 100점에 가깝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