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7위가 현실"... 세계가 바라본 韓 야구의 현주소, 8강 진출이 '감지덕지'라니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7:00
수정 : 2025.12.31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승 후보? 아니, 이제는 그저 '변방'의 팀일 뿐인가."
가슴이 쓰리다 못해 참담하다. 도박사들의 눈은 냉정했다. 세계 야구의 시선에서 한국은 더 이상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라이벌'이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은 '신계'에 있다. 윌리엄힐, 벳365 등 주요 사이트는 미국을 우승 후보 1순위로, 오타니 쇼헤이가 버티는 일본을 2순위로 꼽았다. 에런 저지, 태릭 스쿠벌 등 메이저리그 올스타급이 즐비한 그들과 우리의 격차는 도박사들이 보기에도 하늘과 땅 차이다.
3위부터 6위까지도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중남미 강호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MLB 주전급 선수들을 수급할 수 있는 나라다. 철저하게 '메이저리그 파워'를 기준으로 산정된 순위에서, KBO 리그 선수들이 주축인 한국은 '언더독' 취급을 받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C조(일본, 한국, 대만, 호주, 체코)에서 일본에 이어 2위로 8강 토너먼트 진출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베팅 업체들은 대만(13~14위), 호주(15~17위)를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봤다.
하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일본과 대등하게 싸웠고, 미국을 꺾었던 팀이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신화는 이제 빛바랜 옛날이야기가 됐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한국 야구에게, 도박사들은 "너희는 딱 조 2위 수준"이라고 비수를 꽂은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팀 대만이 13위권으로 저평가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7위 평가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어깨가 무겁다. 객관적인 전력 평가가 7위라는 것은,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뜻과 같다.
우리는 언제부터 8강 진출을 걱정하고, 조 2위 예상에 안도하는 팀이 되었나.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 야구는 이제 딱 그 정도 위치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2026년의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야구는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다. '7위'라는 꼬리표는 굴욕이지만, 동시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잃어버린 야구 강국의 자존심, 이번 WBC는 그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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