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출 끝낸 장유빈, "LIV 경험은 추억으로... 난 야생으로 간다"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3:59   수정 : 2025.12.31 17:49기사원문
LIV 대회 모두 포기하고 KPGA와 아시안투어 병행
궁극적인 목표는 PGA



[파이낸셜뉴스] 화려했던 '6관왕'의 영광 뒤에 찾아온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었다. 1년 전, PGA 투어 큐스쿨 파이널 티켓마저 뿌리치고 호기롭게 LIV 골프로 향했던 '괴물' 장유빈(23)이 다시 돌아온다. 그것도 LIV 재진입의 마지막 동아줄인 '프로모션 대회' 출전권을 스스로 내려놓으면서다.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이것은 더 큰 무대를 향한 '전략적 유턴'이다.

장유빈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16일, 장유빈이 내년 1월 예정된 '2026 LIV 프로모션 대회' 출전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신 2026시즌은 '친정'인 KPGA 투어를 베이스캠프 삼아 아시안투어를 병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장유빈에게 지난 1년은 격동의 시간이었다. 2024년 KPGA 투어 2승과 함께 제네시스 대상 등 사상 최초 6관왕을 휩쓸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그 기세를 몰아 미국 자본의 심장부인 LIV 골프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고 기대했던 성과를 온전히 거두지는 못했다.



여기서 장유빈은 '오기' 대신 '실리'를 택했다. LIV 프로모션 대회에 출전할 경우, 1년간 PGA 투어 및 관련 주관 대회 출전이 원천 봉쇄되는 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당장의 LIV 잔류를 위해 무리한 도박을 거는 것보다, 족쇄를 풀고 장기적인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장유빈은 소속사를 통해 "LIV에서의 경험은 내 선수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내 "지금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KPGA 투어 매 대회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화려한 겉치레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초심' 선언이다.

선수와 가족, 매니지먼트사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안정 속의 성장'이다. KPGA 투어에서 무뎌진 칼날을 다시 예리하게 갈고, 일정이 허락하는 한 아시안투어에 나서며 세계랭킹 포인트를 쌓겠다는 복안이다.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무모함일 뿐, 완벽히 준비됐을 때 더 큰 무대를 노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제 장유빈의 시계는 다시 0에서 시작한다. 그는 오는 1월 3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한 달 반 동안 지옥 훈련에 돌입한다.
지난 시즌 흔들렸던 체력을 강화하고 경기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1년 전, 모두를 놀라게 했던 LIV행이 패기 넘치는 '도전'이었다면, 이번 KPGA 복귀는 훗날을 도모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돌아온 탕아가 아닌, 더 단단해진 승부사로 돌아올 장유빈의 2026년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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